리뷰/영화

환상의 그대 You will Meet a Tall Dark Stranger

자카르타 2014. 1. 11. 20:27


환상의 그대 (2011)

You Will Meet a Tall Dark Stranger 
7.8
감독
우디 앨런
출연
나오미 왓츠, 안소니 홉킨스, 안토니오 반데라스, 조쉬 브롤린, 젬마 존스
정보
로맨스/멜로, 코미디 | 미국, 스페인 | 98 분 | 2011-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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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마다 찾아가는 우디 앨런의 세계, 그 다섯번째. 

우디 앨런의 서사에서는 종종 인물들이 여러 우여곡절을 통해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곤 한다. 셰익스피어의 영향을 받은 탓일까? 이 영화의 첫장면에서 나레이터는 셰익스피어의 대사를 소개한다. '인생은 헛소리와 분노로 가득 차있고 결국 아무런 의미도 없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맥베스>의 대사란다. 예언을 다룬 작품 중 <맥베스>처럼 아이러니하면서도 짜릿하게 '예언의 성취'를 보여준 서사가 있었을까? 이 영화는 점술사의 '예언'을 모티브로 네 인물들의 'nonsense'를 다룬다. 


40년을 의지해 산 남편으로부터 헬레나는 황혼 이혼을 당해 정서불안에 빠지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점술사를 찾는다. 이후 헬레나는 점술사의 말에 깊이 빠져들며 그 예언에 맹목의 신뢰를 보낸다. 

헬레나의 남편 알피는 살아있다는 자각을 얻고자 여자를 찾던 중, 윤락녀를 만나 결혼을 한다. 애초에 알피의 돈을 보고 결혼한 여자는 흥청망청, 문란하기 그지없다. 알피는 이혼을 후회하고 헬레나에게 돌아가려고 할 즈음 여자는 임신 사실을 알린다. 

알피의 딸 샐리는 무능한 작가 남편에 비해 갤러리 사장에게 끌린다. 샐리는 사장과 어떤 교감이 있다고 느끼는데 이를 확신할 수가 없다. 샐리는 점술가의 말에 힘입어 사장에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는다. 

샐리의 남편 로이는 데뷔 때의 호평 이후 줄곧 내리막이다. 헬레나는 로이의 인생이 뒤늦게 활짝 피리라는 예언을 전하는데 그 말 맞다나 젊은 여자와 사귀게 되고, 친구의 죽음으로 친구의 걸작을 자신의 이름으로 출판까지 하게된다. 그러나 죽은 줄 알았던 친구가 의식을 잃고 병상에 누워있음을 알게 된다. 


결산을 해볼까? 헬레나가 사랑에 빠진다는 예언은 들어맞는다. 샐리의 고백의 결과는 아마도 틀린 것 같다. 그보다는 샐리가 새로 내려고 하는 갤러리가 망한다는 말에 헬레나가 투자약속을 거두자 샐리는 점쟁이를 사기꾼이라고 확신한다. 뒤늦게 대박을 친다는 로이에 대한 예언은 어느 정도 맞은 셈이지만 정작 로이는 지옥 속에 사는 기분일 테다. 이 정도면 결국 로이가 비아냥거린 대로 반반이라고 할까? 

점쟁이의 예언만큼이나 인물들의 삶도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중간한 상태다. 알피는 그토록 바라던 아들을 얻었지만 친자가 의심스럽다. 로이는 대박을 쳤지만 친구가 깨어나면 나락으로 떨어진다. 우디 앨런은 그 갈등의 끝을 보여주지 않으면서 그 끝마져 긴 인생에 있어서는 별로 의미가 없음을 강조한다. 한 때의 쾌락과 또 어느 순간의 비탄, 좌절의 계절을 지나 추수의 시기를 보내다 보면 결국 인생의 정산 장부에는 그저 손익이 0이라고 기록될 뿐임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었는지. 


그저 인생이 이런 거다, 라고 보여주는 감독의 넉넉한 태도가, 그의 영화를 보면 볼수록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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