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

스쿠프

자카르타 2014. 1. 12. 20:12


스쿠프 (2007)

Scoop 
6.6
감독
우디 앨런
출연
스칼렛 요한슨, 휴 잭맨, 우디 앨런, 이안 맥셰인, 페넬라 울가
정보
로맨스/멜로, 코미디 | 영국, 미국 | 96 분 | 2007-02-01
글쓴이 평점  



얼마 전에 인터넷에서 '픽사의 스토리텔링 22가지 법칙(http://oksong.tistory.com/m/56)'이라는 글을 봤다. 픽사의 기본기라고 할 수 있는-그간의 픽사의 작품들을 생각해 보면 이 기본기에 꽤나 충실했었다는 걸 알 수 있는 좋은 내용들이었다. 하지만 예외 없는 법칙이 어디 있을까? 어떤 천재가 홀연히 나타나서 이 원칙을 비웃을 수도 있지 않을까? 마치 우디 앨런처럼. 


우디 앨런은 서사 창작의 기본들을 유쾌하게 비튼다. (언젠가 시나리오 작법을 가르칠 시간이 있다면 이 픽사의 22가지 법칙의 예외 영화들을 소개하고 토론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가령 열아홉번째 원칙 '캐릭터를 사건에 휘말리게 하는 '우연'은 좋은 것이다. 캐릭터를 사건에서부터 빠져 나오게 하는 '우연'은 사기다.'같은 걸 보자. <스쿠프>의 전작인 <매치 포인트>는 이 '우연'을 다룬다. 그리고 그 '우연'에 의해 주인공이 위기에서 벗어난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 주인공이 구원되는 것이 아니라 더 깊은 심연으로 이끈다. 


<스쿠프>는 전형의 미스터리 장르다. 스칼렛 요한슨이 연기한 기자 지망생 산드라가 탐정이 되어 연쇄살인범을 쫓는다. <스쿠프>에서 기존의 장르와 다른 색다른 점이 있다면 사건의 발단은 '유령'의 초대에 의해서 시작된다는 점이다. 이 유령은 사건의 모티브를 제공해주면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는데 기여하기도 한다. 다른 누군가 이렇게 영화를 시작한다면 아마 그는 비난을 견딜 수가 있을지 모르겠다. 추측컨대 영화로 만들기도 쉽지 않았을 게다. 우연의 요소, 불합리, 비논리의 영역을 다루는 우디 앨런의 솜씨는 뛰어나다. 그의 판타지들은 실제 우연과 부조리로 가득한 세상과 사람들의 진면목을, 어느 영화보다도 명확하게 그려낸다. 


플롯으로 치자면 <스쿠프>는 그다지 새롭지 않다. 탐정이 용의자와 사랑에 빠지게 되고, 탐정을 비롯한 관객들도 그가 정말 범인인지 거의 마지막까지 알아채지 못한다. 탐정의 거짓말로 사랑을 잃게 될지, 아니면 용의자가 정말 범인임이 드러날지, 이 사이에서의 긴장을 유지한다. 이 전형의 플롯에서, 우디 앨런은 '의심하는 연인'이라는 로맨틱 코미디의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우디 앨런 스스로 조력자이자 광대의 역할을 맡아 극의 추임새를 제대로 넣는다. 마술사의 역할을 맡은 우디 앨런은 탐정 행각이 탄로날지 모른다는 긴장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익살스러운 행동으로 웃음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스칼렛 요한슨을 중심으로 휴 잭맨과는 로맨틱 코미디를, 우디 앨런과는 스탠딩 코미디를 연출하는 셈이다. 스칼렛 요한슨의 로맨틱 코미디 라인은 나름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설정이지만 우디 앨런의 코미디에 반응하는 그의 연기는 예상 못한 수확이기도 하다. 


<매치 포인트>의 분위기를 싹 뒤집어 버리는, 우디 앨런 코미디의 맛을 미스터리에 제대로 버무려 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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