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디 앨런의 애니씽 엘스 (2005)
Anything Else





- 감독
- 우디 앨런
- 출연
- 제이슨 빅스, 크리스티나 리치, 우디 앨런, 스토커드 채닝, 대니 드비토
- 정보
- 코미디, 로맨스/멜로 | 프랑스, 영국, 미국 | 108 분 | 2005-02-04





드디어 우디 엘런의 뉴욕으로 진입. 우디 앨런 영화 보기 여덟번째다. 지금 찾고 있는 <왓 에버 웍스>나 <멜린다와 멜린다> <헐리우드 엔딩>이 없으면 당분간은 다른 영화를 보려고 한다. 이렇게 대략 우디 앨런의 2000년대 영화들은 다 보게되는 것 같다. <환상의 그대 You Will Meet a Tall Dark Stranger>나 최근의 영화들에서 보이는 '무의미한 삶'에 대한 관조를, 역시 이 영화에서도 느낄 수 있다.
몇년 전 사귀었던 여자가 생각났다. 사귄지 얼마 지나지 않아-어쩌면 그 친구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서로 맞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몇 개월을 계속 만났다. 그 만남을 지속하는 중에도 얽메이지 않을 정도로 서로 홀가분했고 굳이 헤어지는 걸 못밖을 필요를 느끼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서로에게 약간의 필요를 느끼기도 했던 모양이다. 아무튼 아닐걸 알면서도 꽤 오래 지속된 사이다.
왜 우리는 다른 길을 꿈꾸면서도 막상 다른 길을 만나면 선뜻 떠나지 못하는 걸까? 그리고 머릿속으로는 숱하게 이별을 연습하면서도 정작 버림받으면 배신감을 느끼는 걸까? 아, 쓰다보니 이 영화가 꼭 그런 내용을 담는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제리가 아만다를 만나면서 그 전에 함께 지내던 동거녀와 헤어질 수 있었으니까. 하긴 제리가 그 동거녀에게 직접 이별을 얘기한 건 아니지. 아만다가 제리의 등에 남긴 손자국을 본 탓이니까.
제리는 그렇다. 아만다의 변덕과 변심을 눈치채면서도 그에게 이별을 고하지 못한다. 몇 년째 별 성과가 없는 무능한 매니저를 해고하지도 못한다. 아만다의 엄마가 그의 서재를 차지하고 들어앉아도, 피아노를 가지고 들어와도 그는 싫다는 내색도 하지 못한다. 전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정신과 치료를 그만두지도 못한다. 이건 그의 멘토인 도벨에게도 마찬가지다. 도벨의 편집광때문에 억지로 총기를 사기도 하고 그의 강권에 못이겨 다른 일들을 벌이지만 결국은 도벨의 도발 때문에 일은 헝클어진다. 우디 앨런의 다른 영화도 마찬가지지만 보고 나면 인생 뭐 별거 있나? 헛웃음 터뜨리게 한다.
그 영화 제목이 뭐든가? 아담스 패밀리의 음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신비로웠던 소녀는 이제 남자를 쥐고 흔드는 섹시한 요부가 되어 나타났다. 변덕스럽고 불안한 정신을 가진 아만다를 정말 그럴듯하게 연기해 낸다. 옛날 억하심정이 살아날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