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

멜린다와 멜린다

자카르타 2014. 1. 18. 22:23


멜린다와 멜린다

Melinda and Melinda 
9
감독
우디 앨런
출연
라다 미첼, 치에텔 에지오포, 윌 페렐, 조니 리 밀러, 아만다 피트
정보
코미디, 드라마 | 미국 | 99 분 | -
글쓴이 평점  



우디 앨런 집중 탐구 아홉번째 영화는 <멜린다와 멜린다> 

제목만 봤을 때는 멜린다라는 성을 쓰는 부부의 이야기인줄 알았다. 그 영화 제목이 뭐더라? 크레이든 대 크레이든이었나? 

아무튼, 상상을 여지없이 깨뜨리는 파격의 구성이었다. 


내가 영화를 전공하던 때가 아마, 영화에 관한 책들과 자료들이 막 풀려나오기 시작했을 무렵이었을 거다. 비디오와 LP와 각종 번역서들을 보면서 선생님들은 '우리 때는 왜...' 하며 한탄을 했으니까. 또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지금의 데이터풀은 어마어마하게 변했지만. 

그때 전공하는 친구들이 꼭 보던 책이 있었는데 장미희가 막 교수가 되면서 번역한 책이 있다. '거장들의 영화만들기'였나? 아마 비슷한 제목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제목 그대로 여러 거장들의 짧은 대담, 글들을 모아놓은 글이다. 다른 건 다 잊어버렸는데 몇 가지 기억 나는 것중 하나가 찰리 채플린이 했다는 얘기다. '만약에 저녁 파티에 흥을 돋우기 위해서 코미디언을 초대한다면 그건 엄청난 실수다.' 코미디언이 세상을 흥겹게 만들 것 같지만, 정작 세상을 가장 암울하게 보는 사람들이 바로 코미디언이라는 얘기였다. 


종종 이 얘기가 떠오른다. 개그콘서트를 보면서도,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하게되었을까? 어떻게 저런 사소한 디테일을 눈여겨 보았을까 생각을 하다보면 그 시선을 가진 사람이 취하는 자세라는 건 어쩔 수 없이 세상에 대해 비판하는 자세거나 삶의 부조리에 예민한 사람일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멜린다와 멜린다>는 일흔 노인이 만든 영화인가 싶게, 파격의 구성을 보여준다. 마치 우디 앨런이 어떤 소재를 놓고 비극으로 쓴 시나리와 희극으로 쓴 시나리오 둘 다 포기 하지 못하고 한꺼번에 영화로 만든 것 같다. 대부분의 작가들이 이런 선택의 기로에 놓이지만 그걸 새로운 형식으로 대조하면서 액자구성으로 가져갈 생각을 한다는 건, 영화라는 매체에 대해서 도가 튼 사람이 아니면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이렇게 얘기하니 창의력이 빛난다기 보다는 노장의 탁월한 수완이라고 해야할 것 같은데, '창의'라는 것이 결국 그런 게 아니겠나? 숙성과 발효의 결과. 


영화 시작에 네 명의 사람들이 인생에 대해 논한다. 그 중 둘은 작가인 듯 싶다. 한 사람은 인생은 희극이라고 얘기하고, 한 사람은 비극이라고 얘기한다. 그러나 둘의 얘기가 그다지 엇갈리지 않는다. 인생이 희극이라고 얘기하는 사람의 시선은 앞서 얘기한 찰리 채플린의 시선과도 비슷하다. '인생 뭐 있어? 인생에 비극이랄 게 뭐 있나?' 주의다. 비극이라 주장하는 사람도 비슷하다. '다 뻘짓이지. 그 열정이 부질 없으니.' (사실 정확하지는 않다.) 


같은 자리에서 같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 두 사람에게 동석한 다른 사람이 이야기 거리를 들려준다. 감독은 그 이야기가 정확히 어떤 얘긴지는 들려주지 않는다. 그 뒤에 희극 작가와 비극 작가가 각각의 부풀린 버전으로 이야기를 교차시키면서, 그제야 관객은 이야기의 얼개가 어떠한지 알게 될 뿐이다. 


이야기의 얼개란 아마 그랬던 모양이다. 어느 집, 저녁 식사 자리에 여자가 찾아온다. 여자는 불청객이다. 그는 최근 이혼을 했고 그 상처에 괴로워 하고 있다. 이후 식사자리에 모인 사람중 누군가는 그녀에게 다른 사람을 소개해준다. 그러나 정작 여자는 그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대신 또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진다. 

이 이야기가 비극일까? 희극일까? 두 작가는 이 이야기에서 서로 비극과 희극의 요소를 발견하고 거기에 맞게 이야기에 살을 붙여나간다. 그리고 멜린다의 연이은 실연의 이야기와 멜린다의 사랑찾기의 이야기가 각각 만들어진다. 


우디 앨런의 영화에서 볼 수 있었던 캐릭터들이 다니 나오지만 그보다는 훨씬 감정의 묘사가 가볍게 지나간다. 두 개의 이야기에서 주는 감흥보다는 오히려 영화를 다 보고 난 뒤 두 영화의 접면과 이 이야기를 만든 '조물주'들의 식탁에서 얻는 '교훈'이 더 큰 비중으로 다가온다. 그런 면에서 '영화'라는 매체에 충실한 영화라기 보다는 노장 감독의 '서사 창작에 대한 소회' 정도가 아니었을까 싶다. 딱 밑에 있는 포스터가 적절한 것 같다. 비극의 스타일을 구사할까? 희극의 스타일을 구사할까? 고민하는 우디앨런에 관한 영화라고. 




'리뷰 >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 선희  (0) 2014.01.19
헐리우드 엔딩  (0) 2014.01.19
애니씽 엘스  (0) 2014.01.12
스쿠프  (0) 2014.01.12
카산드라 드림   (0) 2014.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