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용의자 X의 헌신>과, 당연히 비교를 하면서 보게 된다.
많은 부분이 늘어나고 또 바뀌었지만 그 변화를 관통하는 연출의 모티브는 뭔지 잘 모르겠다.
결말부터 뒤집어 꼽아보면 우선 가장 큰 변화는 백화선의 범행이 드러나지 않고 묻힌다는 사실이다. 원작을 보면서 나도 가장 안타까운 장면이 그 장면-여자의 참회로 이시가미의 모든 헌신과 희생이 물거품이 되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그 때문에 그 '헌신'이 두드러져 보이기도 한다. 그런 '헌신'은 이 땅에서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방은진 감독은 이 비극의 결말을 지우는 대신 그걸 형사의 입을 빌려 얘기한다. '아니, 세상에 누가 그런 사랑을 할 수 있습니까?'
백화선의 자백을 지운 것보다 더 아쉬운 것은 조진웅과 백화선의 마지막 대화였다. 왜 이 장면을 넣었어야 했을까? 백화선에게 누군가는 설명을 해줘야 하겠지만, 이 즈음이면 백화선 역시 정확한 경위는 몰라도 섬세하고 면밀한 계획하에 모든 것이 진행됐다는 것을 알고 있을 텐데 말이다. (지금 찾아보니 원작도 갈릴레오가 여자에게 직접 설명해주는 것으로 나온다. 그러나 정서는 이 영화와 확연이 다르다. 시종일관 갈릴레오는 차분하다.) 관객에게 정보를 알려주려고 했다면 그 장면 직전에 형사 조진웅과 범인 류승범의 대질 장면에서 했어도 되는데 말이다. 원작이나 이 영화나 석고의 희생를 화선이 각인하는 장면, 화선의 감정이 점차 올라가는 장면이 필요했는지 모르겠다.
그 외에는 (당연하지만) 시리즈의 주인공인 갈릴에오가 사라졌다는 점. 그리고 석고라는 인물이 스킨스쿠버 전문가라는 점이 가장 큰 변화다. 시체를 숨기는 장면에 기여를 하는데다, 그가 외로운 인물임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기능을 하지만 원작에서 강조되었던 골방의 학자의 이미지는 그만큼 옅어지는 부작용도 있긴 하다.
영상은 한결 깔끔해지긴 했지만, 원작의 아우라 탓인가? 이상하게 원작만큼 감정이입이 되지 않는다. 워낙에 류승범이 색다른 캐릭터로 이미지가 많이 굳혀진 이유이기도 하겠고, 이요원의 얼굴에서는 풍상을 겪은 엄마의 모습, 더 이상 사랑에 대한 믿음도 사라져버린 그런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아서일지도 모르겠다. 색깔이 분명하고 화사한 배우가 나왔음에도 원작에서 종종 보이는 유머 코드가 싹 사라진 것도 희안한 일이다. 물론 유머를 맡았던 갈릴레오와 여형사가 싹 사라진 탓이기도 하지만 그를 대체하는 기범과 그 조수 형사에게서는 거의 그런 게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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