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is Lost>의 감독인 J.C. 챈더의 작품을 찾아보는 중.
2008년 글로벌 위기를 초래한 월가 사태가 터지기 직전의 어느 날 하루를 다룬다. <All...>에서 보여준 것처럼 금융 회사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인물들의 심리를 세밀하게 묘사해 나간다.
제레미 아이언스와 데미 무어 등 굵직한 배우들의 연기도 호연이지만 단연 케빈 스페이시의 연기가 압권이다. 34년간 금융 회사에서 일하면서 탐욕에 무감각해진 중견 간부인 케빈은, 그러나 새로 닥친 위기 상황에서 사장이 시도하려고 하는 새로운 악에 죄책감을 느낀다. 결국 자신의 자리로 돌아오지만 그 사이에서 무력하게 회의하고 소심하게 저항하는 중년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구조조정 이후 살아남은 자들에게 박수를 치게 만드는 모습과 사장의 모랄 해저드를 욕하는 모습은, 케빈 스페이시가 아니었다면 한 인물에게서 구현되기 어려웠을지 모른다.
감독의 연출과 시나리오도 탁월하다. 250만 달러 연봉 생활에 껍데기만 남은 윌과 구조조정을 당하지만 일말의 자존심을 지키려다가 끌려온 에릭, 43의 젊은 나이에 중견 간부에 오른 코헨... 대사와 연출이 어우러져 모든 인물들을 생생하게 만들고 결국 모든 것이 종합되어 비열한 금융가의 단면을 명쾌하게 드러낸다. 먹이사슬의 최고 높은 자리에 있는, 연봉 8500만 달러를 받는 제레미 아이언스의 마지막 대사를 보면서, 그리고 결국은 제레미 아이언스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패자가 되는 결말을 보면서, 이 신자유주의 세대의 균열을 낼 대안의 경제는 없을까, 다시 한 번 자문하게 된다.
이런 주제와 소재를 그렇게 긴장감 있게 전개한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연출력이다. <전함 포템킨>을 만든 에이젠슈타인은 막스의 <자본>을 영화로 만드는 것이 꿈이었단다. 그가 시도를 했는지 시도조차 못했는지 모르지만, 그 얘기를 들었을 때 허튼 생각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이 감독이라면 막스의 <자본>도 훌륭한 영화가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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