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

캐리 (2013)

자카르타 2014. 2. 8. 23:20


캐리

Carrie 
6.5
감독
킴벌리 피어스
출연
클로이 그레이스 모레츠, 줄리안 무어, 가브리엘라 윌드, 포티아 더블데이, 알렉스 러셀
정보
공포 | 미국 | 100 분 | -
글쓴이 평점  



브라이언 드 팔마 원작의 캐리에 대한 기억이 너무 좋아서 꼭 챙겨보려고 했던 영화다. 어찌어찌 극장에서는 보지 못하고 이제야 봤다. 일감은 상당히 실망스러웠다. 겨우 초능력 십대 소녀의 일탈과 복수 이야기인가? 어쩌면 원작으로부터 40년이 가깝게 시간이 지나는 동안 세상은, 이보다 더 심한 왕따와 복수로 얼룩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왕따 당하는 캐리에게 그다지 동정이 가는 것도 아니었고, 징벌을 당하고 복수를 꾀하는 - 그 복수가 아주 섬세하게 연출된 폭력이라는 점도 식상했고, 게다가 너무나 쉽게 뉘우친 수의 캐릭터나 광염 소나타를 연주하는 그 순간에도 선생을 살리기 위해 염력을 부리는 캐릭의 광기도 이해 불가한, 공감 불가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1976년에 만들어진 원작과 비교하면 화려해진 시각효과 말고도 상당한 진전이 보인다. 

우선 영화는 원작에 없는, 캐리의 출생 장면이 나온다. 줄리안 무어는 처절한 고통 속에서 기도한다. 이것이 암인지 무슨 불치병인지. 고통을 없애달라는 간절한 기도 끝에 줄리안 무어는 평안을 얻고 자신이 아기를 낳았음을 알게된다. 그리고 아기를 죽이기 위해 가위를 들이밀다가 이내 포기하고 만다. 


원작에 없던 이 장면으로 캐리 어머니의 존재감은 한층 확실해 졌다. 그러고 보니 새로 추가된 장면이나 바뀐 장면 중에 어머니 씬들이 상당히 많다. 캐리가 생리를 하게 된 후 원작과는 달리 어머니가 학교로 오게 되고 이를 두려워한 캐리가 염력을 발산한다. (원작에서 교장이 캐리 이름을 캐시로 발음해서 캐리가 열받는 다는 설정보다는 훨씬 납득이 가는, 그러면서도 내용에 부합하는 설정이다.) 캐리 어머니의 일터가 새로 추가됐다. 원작의 전도 장면대신. 세탁소에서 재봉일을 하던 캐리 어머니에게 수의 어머니가 찾아온다. 여기서 캐리 어머니는 수의 어머니와 대화를 하는 중에 바늘(?)로 자신의 허벅지를 헤집는다. 불신자를 혐오하는, 그러면서도 이를 드러내지 않고 속으로 삭히는 병증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장면이다. 또 캐리가 무도회에 가기로 결심하고 이를 어머니에게 통보하는 장면도 상당히 달라졌다. 여기서 캐리는 좀 더 거세게 자신의 힘을, 어머니에게 직접 사용한다. 이후에 힘의 역전을 경험한 뒤에 모녀의 관계도 훨씬 세밀하게 묘사를 했다. 이 외에도 이런 섬세한 감성이 돋보이는 장면이 몇 군데 된다. 


지금 리뷰를 쓰면서 살펴 봤더니 감독이 여성이라고 한다. 아마도 여성이기 때문에 이해가 되고, 상상이 되는 지점들이 더 많지 않았을까? 앞부분의 샤워실 장면에서도 원작에서 그냥 실수로 비누가 떨어지는데 비해 리메이크 버전에서는 비누에 피가 묻은 것을 보고 생리혈이 터진 것을 아는 것 같은 장면도 그런 예가 아닐까. 


무도회장 씬이 원작의 거의 두배로 길어지고 군더더기가 많아졌고, 독특하게도 수의 분량이 늘어났다. 요즘의 감성에서 이해가 잘 되지 않는 수의 감정은 그렇게라도 끝까지 수습을 했어야 했나보다. 크리스에 대한 응징도 좀 더 잔인하고 처절하게 늘어났고, 집에서 어머니와 벌이는 격투 장면도 훨씬 많이 늘어났다. 여기서도 달라진 것들이 보이는데, 원작에서는 그저 광녀에 불과한 엄마가, 여기서는 광신과 죄책감의 색채가 더 짙어졌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원작과의 비교선상에서 느끼는 것들이고, 그다지 운명의 아이러니에서 느끼는 안타까움이나 슬픔, 두려움 등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 게 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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