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

이웃사람

자카르타 2014. 2. 10. 21:08


이웃사람 (2012)

The Neighbors 
8
감독
김휘
출연
김윤진, 마동석, 천호진, 김성균, 김새론
정보
스릴러 | 한국 | 110 분 | 2012-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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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풀은 참 그림을 못 그린다. 하지만 대단한 이야기꾼이다. 그는 사람의 감정을 다루는 단방처방을 알고 있는 듯하다. 어찌보면 아주 한겹의 얇팍한 소재들이지만 그것으로 이야기에서 필요한 감정들은 충분히 만들어내고 또 그런 소재의 묶음에서 묵직한 주제를 만들어내는 탁월한 재주를 가지고 있다. 그런 재능이 여지 없이 발휘된 것이 웹툰 <이웃사람>인데 여기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이 각각 사연들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 사연이 각각 특별한 감정을 만들어낸다. 딸이 살해당한 새엄마, 친족으로 부터 소외를 당해왔던 깡패, 시효가 만료되어가는 도망자 경비 아저씨... 아동 연쇄살인이라는 굵직한 사건들이 흐르는 가운데 이들의 개별 에피소드가 시도때도 없이 끼어든다. 그러나 이야기가 산만해지기는 커녕, 각 인물들을 전체 이야기에 강하게 개입하는 모티브로 작용하게 한다. 


물론 완전히 전지적 작가시점에서 독자가 가장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다소 진부한 구성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다른 작가의 얘기일 뿐. 강풀의 이야기에선 이런 정보의 불균형이, 교과서처럼 극의 아이러니와 긴장을 만들어 내고 인물의 갈등을 이해하게 하는 장치가 된다. 


그의 그림은 여전히 못마땅한데, 그렇다고 화려한 실사의 영역으로 왔을 때 서사의 장점이 오롯이 빛나는가 하면 또 그런 것은 아니었다. 지금까지 강풀의 미심썰(미스터리 심리 썰렁물) 시리즈를 모두 재밌게 (아, <조명가게>는 빼고) 봤지만 영화로 만들어진 <아파트>(였나?)는 상당히 실망스러웠다. 그 다음에 <어게인>이 영화로 만들어진다고는 하지만 기대보다는 얼마나 잘 만드는지 보겠다는 정도다. 자세가 삐닥하게 되는 이유는 <아파트>나 <어게인>에 등장하는 초능력자들의 이야기가 상당히  전체 이야기와 이질감이 들기 때문이다. 아마 <아파트>에서 실패한 것은 그 초능력자들의 이야기를 배제하고 그저 학대받는 장애인에 대한 이야기로만 가려고 했던 탓일 수 있다. 그 후속 시리즈로 갈수록 인물들의 전사와 새 시리즈의 이야기의 간극이 더 벌어질 텐데 그걸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웃사람>은 그런면에선 가능성을 가진 작품이기는 하다. 여기 등장하는 인물들은 강풀의 다른 작품에 비해 훨씬 접근과 해석이 편한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 <이웃사람>은 꽤 잘 만들어졌다. 정확히 얘기하면 강풀의 원작을 고스란히 재현해 냈다. 과연 저 시간에 그 이야기가 소화가 될까, 싶었던 기우를 말끔히 털어냈다고나 할까? 자잘한 에피소드들까지 아주 공들여 살려냈다. 마지막에 경비 아저씨가 새로운 업보를 짊어지고 살아가게 된다는 장면을 빼버린 것은 유일하게 돋보이는 영화 연출이다. 아마 시간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 경비원의 에피소드가 이 이야기에서 가장 미심썰스러운, 그래서 <이웃사람>이라는 돌출한 작품에는 좀 어울리지 않는 에피소드였기 때문이지 않았나 싶다. 


영화만 리메이크를 할 것이 아니라 아주 재능있는 그림 작가들도 좋은 원작이 있으면 자신의 그림체로 리메이크를 해보면 어떨까? 그랬으면 좋겠다. 특히 강풀 작품은 석정현 작가가 그린 미심썰 시리즈를 상상하는 건 참 즐거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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