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지/바람의사신

갇혀 있는 인물에 대해서

자카르타 2014. 3. 5. 00:00

주인공이 갇혀 있다보니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자연히 수동적이 되어 간다. 갇히지 않는 것으로 할까? 하다가 드는 생각. 그럼 도대체 주인공이 옥에 갇히는 드라마나 영화는 없다는 얘긴가? 너무나 당연히, 그렇지 않다. 그럼 몸이 움직일 수 없는 환경에 처한 인물에게 어떤 행동과 갈등이 가능할까? 


어떤 예가 있을까? <올드보이>에서는 그 안에서도 인물의 변화가 두드러졌다. 이유를 알려고 발버둥 치고 자살을 기도하고 적응하고 자신을 성찰하고 자신을 단련하고 도망치기 위한 계획까지 차곡차곡 진행한다. <장길산>에서는 옥에서 사람들을 사귀고 계급사회의 모순에 대해서 체득하는 시간이 된다. <쏘우>에서 갇힌 사람들은 나름의 미션을 수행한다. 그리고 그 미션은 매번 어떤 부조리, 이율배반을 가지고 있다. 몸은 갇혀 있지만 치열한 갈등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리고 그 선택을 한 뒤에는 그 인물은 좀 더 다른 사람이 되어 있다. 다시 중요한 것을 발견한다. 어쨌든 한 장면에서 인물의 행동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것. 


그러면 내 이야기는 어떤가?  무언가를 훔치기 위해 들어갔다가 예기치 않게 사지로 들어왔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자신이 찾던 것이 그 사지의 핵심에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그러나 이 성찰은 갇힐 때 이미 얻는 것이다. 갇히는 동안은 어떤 갈등, 어떤 변화가 있을까? 이게 3부의 핵심이다. 주인공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를 마련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그는 정말 감옥에서 시간만 죽이고 있을 뿐이다. 지금도 미션이 있기는 하다. 자신의 지근 거리에 놓인 그것이 자신이 그토록 찾던 것인지를 확인하는 것. 그러나 이 미션에 선택지가 존재할 수 있을까? 대가의 여부. 희생의 여부 말이다. 그걸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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