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공간에 인간의 정신이 들어간다는 설정은 상당히 거슬러 올라간다. <론머맨>부터 알파치노의 <시몬>, 최근의 <그녀>까지 그리고 기계가 인간 수준의 인식 체계를 갖춘다는 설정까지 포함하면 상당수의 영화들이 다루고 있는 소재다. <트랜센던스>는 사이버 공간이 기존 인간이 겪었던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게한다는 점에서 <론머맨>과 비슷하다.
주인공인 윌은 반기계주의 테러단의 공격을 받고 죽게 된다. 그의 아내 레베카는 윌을 함께 만든 사이버 공간에 이식한다. 결국 윌의 사후에도 윌의 뇌의 모든 정보가 저장된 '기계'는 윌의 육신이 가졌던 제약을 뛰어넘어 다방면에서 인식의 진보를 이뤄낸다. 나노 기술을 이용해 영생의 기회를 만들어내는 것이 가장 핵심을 이룬다. 이 기술로 윌은 힘을 얻고, 추종세력을 만들어내고 급기야 새로운 육체를 만들어낸다.
그러나 이를 경계한 테러단과 이전 동료 과학자들의 공격을 받게 되고, 윌의 정체성에 회의를 가진 레베카가 합류하면서 윌은 끝내 사멸되고 만다는 얘기다.
상당한 볼거리를 제시할 것 같지만 상당히 밋밋하다. 그건 마치 영화로 마술을 보는 것과 비슷하다. 충분히 CG를 통해 판타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상황에서 영화가 전면에 내세운 '초월성'의 신비와 경이를 느끼기에는 상당히 부족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도무지 이 영화가 무슨 얘기를 하려고 했는지 알 수가 없다는 점이다.
우선 이 영화의 대립구도를 알 수가 없다. 작가는 이 영화에서 기술이 초래할 디스토피아를 얘기하려고 했는지, 아니면 사이버 공간의 몰개성, 비인간성을 얘기하려고 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오히려 영화 마지막에 가면 레베카의 배신에 의해서 윌이 파국을 맞이한 뒤에 이어지는 것들을 보면 '초월한 윌'이야 말로 인류가 기댈 수 있는 마지막 구원의 희망이 아니었나? 결국 다른 과학자들의 무지와 레베카의 불신으로 그 기회를 스스로 차 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런 것을 주제로 삼기에는 그 앞에 제기되는 여러 윤리의 문제들은 사뭇 심각하다. 윌이 레베카와 접촉하기 위해서 다른 신체를 강탈하는 것은 윌의 정당성을 심각하게 의심케 하는 지점이다.
이런 불균질성 때문에 관객들은 쉽게 어느 쪽으로 서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게 된다. 아니, 실은 윌의 파국 이후에 드러나는 장면이 보이기 전에는 윌을 지지한 관객은 사실 아무도 없었을 게다. 상당히 전략을 잘 못 세운 플롯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