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릿>은 복수의 플롯의 전형으로 꼽힌다. 그러나 최근의 복수를 소재로 한 영화들과 <햄릿>은 큰 차이를 보인다.
가장 큰 차이는 복수의 동기라고 할 수 있는 '피해자의 발생' 혹은 '악한의 첫 악행'이 관객에게 보이지 않는다.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 스무 가지 플롯>에서는 프로타고니스트의 복수 동기를 정당화 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폭력의 경험이나 이를 목격하는 것이라고 한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대부분의 영화들이 이런 공식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햄릿>의 경우는 예외다. 당시 관객들의 감수성이 그 악행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여려서였을까? 아니면 다른 어떤 이유가 있어서였을까? 그건 잘 모르겠다. 분명한 건 햄릿도 그 삼촌이 아버지를 죽이는 것을 목격하지 않았고, 아버지의 혼령에 의해서 피살되었음을 알게되지만 그 혼령의 말의 진위를 놓고 햄릿은 상당히 오랜 기간 고뇌를 하고 또 연극을 동원하는 수고까지 곁들이게 된다.
기록에 따르면 당시 이런 포맷 - 유령의 고지 > 주인공의 광기 > 진실을 밝히는 공연 > 대학살로 이어지는 - 은 꽤 유행했었다고 한다.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도 비슷한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차용한 것과 같은 셈이다. 아무튼 이런 포맷에서 피해자의 피살 장면이 관객과 공유되지 못하면서 중요하게 부각되는 것은 '주인공의 광기'인 것 같다. 그 광기의 1차 원인은 유령의 출현이고 모호한 진실이지만 그 심층을 들여다 보면 사랑하는 이의 상실과 복수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건 요즘의 복수극도 마찬가지다. 복수를 결행하기로 결심하는 주인공들의 정신 상태는 광기에 버금간다. 결국 살해 장면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세익스피어나 당시의 작가들은 복수를 결행하려는 주인공의 심리를 명쾌하게 '광기'로 정의하고 들어가는 셈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오히려 '유령'의 등장을 통해서 그 '광기'를 합리화한 것은 꽤 적절하다. 이제 복수 소재의 영화를 만든다면 이런 식으로 주인공의 광기를 어떻게 끌어낼지를 생각해 보는 것도 괜찮을 성 싶다.
아무튼 복수라는 광기에 휩쓸린 주인공은 행동에 나선다. 그러나 여기서 다시 햄릿과 현대의 주인공들의 행동이 갈린다. 햄릿이 했던 것은 미친 가운데에서도 가장 합리적인 행동 - 서사를 통해서 진실을 밝히는 작업이었다. 그러나 현대의 주인공들은 주로 폭력에 의존한다. 서사의 힘을 믿었던 햄릿 시대의 사람들이 순진했던 것일까? 오로지 폭력만을 확신하는 현대인들이 완악한 것일까? 서사는 아무도 상처를 주지 않는 반면 폭력은 꽤 많은 상처를 만들어 낸다.
이 영화 <Big Bad Wolves>의 주인공들도 햄릿과 비슷한 위치에 있다. 용의자는 있으나 물증이 없다. 이들은 햄릿이 의지했던 조근조근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애시당초 관심도 없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자신의 딸이 당한 방식으로 똑같이 갚아주려는 것 밖에는. 인질이 진짜 범인인지 그저 경미한 변태일 뿐인지 모호한 상태에서 딸의 가족들은 잔인한 폭력이 가해진다. 이들이 어떻게 확신에 이르렀는지는 아무런 설명도 없다. 아스라히 몇 번의 기회가 스쳐가고 결국 인질은 고문 끝에 죽고 만다.
난 영화를 보면서도, 보고 나서도 정확히 이 영화가 하려는 얘기가 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휴 잭맨이 연기한 <프리즈너스>에서처럼 편견이 만들어낸 또 다른 폭력의 상황을 경고하는 것이라기엔 폭력은 잔인하면서 희화화 되어 있고 또 결국엔 인질이 범인인 것이 드러나면서 그들의 살해가 정의의 회복인지 헷갈리게 만든다. 그러나 아무래도 마지막 결론은 어떻게 되었더라도 영화를 보는 동안의 불편함은 여전할 것이다. 이 영화는 복수의 플롯이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것. 햄릿이 연극을 통해서 확증해 낸 범인에 대한 확증이 생략되었기 때문에 관객들은 어정쩡하게 불편하고 위태하게 이들의 폭력을 바라볼 수 밖에 없다. 그게 감독의 의도였을까? 아마도 그랬을 성 싶다.
하지만 그 연출 의도에 동의한다해도 이 영화를 지지할 수 없는 것은 부성에 의한 절박한 폭력이 아닌 사이코패스에 버금가는 광기어린 폭력에, 어떻게 피해자의 부모들이 다다를 수 있었는지를 생략하고 넘어가는 데에 있다. 딸의 아버지가 고문 중에 케잌을 만들고 맛을 보는 장면에서는 그저 연쇄살인범의 유흥을 떠올리게 한다. 영화의 중간중간 실소를 머금게 하는 유머 코드들도 몰입을 방해한다.
아래 포스터에서처럼 늑대와 나쁜 늑대와 더 큰 나쁜 늑대를 계열화하면서 비교하기에는 이 영화가 인물들에게 부여한 도덕 가치가 상당히 모호하고, 또 이 그림처럼 계열화 하지도 않았다. 결과만 놓고 봤을 때 광기는 운 좋게 범인에게 복수를 실현했다는 해프닝 정도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최근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학살 때문에 더더욱 색안경을 끼고 봤기 때문인가, 생각해 봤는데 아니다 확실히 연출의 패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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