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

끝까지 간다

자카르타 2014. 9. 14. 22:09



김성훈 감독을 만난 건 <그놈은 멋있었다>를 할 때다. 그때 그는 조감독을 하고 있었다. 

그게 2004년의 일인가? 그 후로 간간히 들리는 소식은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그리고 몇 년 후에 영화 한편을 찍었다. 나도 보기는 했었는데 그리 기억에 남는 영화는 아니었다. 그리고 다시 6, 7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가지고 나온 영화가 바로 이 영화다. 

예비 감독들이 줄을 서 있는 상태에서 첫번째 영화에서 흥행에 실패한 감독이 6년이 넘도록 영화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은, 감독으로서는 거의 용도폐기 됐다고 봐도 되는 상황이다. 그 6년 동안 소식은 거의 듣지 못했던 터라 요즘 흥행한다는 영화가, 그의 작품이라는 얘기를 들었을때 꽤 충격이었다. 정말 영화처럼 '끝까지 가'는 구나. 그게 이 영화의 첫인상이다. 어쩌면 감독 자신의 얘기를 하고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 그렇게 자신의 상황을 희화화하고 이런 번듯한 영화로 만들 수 있는 내공이라면 다음 번 작품도 꽤 기대해봄직하다는 생각이다. 


영화는 상당히 재밌다. 주인공 형사가 처한 상황이 더 이상의 군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 혹은 그래서 어느 정도 진부한 감은 있지만 - 깊은 갈등을 예상케 하고 그 결말을 궁금하게 만든다. 게다가 이를 점점 꼬이게 만드는 악역의 캐릭터까지! 사실 시체를 은닉한 자와 이를 목격한 자의 힘겨루기는 자칫 지루할 수 있다. 그런데 감독은 그 앞에서 시체를 감추는 에피소드에 할 수 있는 모든 장치를 동원해 긴장을 만들어낸다. 주갈등에서 벗어난 이런 곳에 상당한 공을 들이는 것은 이어지는 전개를 더욱 충격으로 느끼게 만드는 기능을 하는 한편, 긴장의 소재를 발라내고 이를 요리하는 감독의 솜씨도 엿보게 해준다. 


그런 솜씨는 악역의 등장에서 볼 수 있다. 악역이 경찰이라는 것은 여느 영화에서도 꽤 많이 쓰인 장치이지만 이것이 충격으로 느껴지는 것은 그 앞에서 충분히 긴장을 만들어 내면서, 숨어 있는 관찰자의 분위기를 완벽하게 갖춰놓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가 경찰서에 들이닥친 것만으로 주인공이 느낀 놀람 못지 않게 관객들도 놀랄 수 있었던 것일 게다. 익숙한 소재를 새롭게 가공하고 뻔한 복선을 활용하는 방법 등이 돋보인다. 


이런 영화들에서 흔히 느끼듯이 결말이 허전한 것은 어쩔 수 없지만, 해피엔딩으로 봉합하는 것도 일종의 팬 서비스니 그러려니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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