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퍼지>와 마찬가지로 어떤 역사를 거치고 난 후의 문명을 그린다. 요즘 새로 나오는 영화도 이런 소재 같던데 헐리웃에서는 이런 얘기에 끌리는 모양이다.
분쟁의 파국을 거친 뒤, 인류는 묘안을 낸다. 동양의 중용이랄까? 자신의 본성을 명확히 파악하고 거기에 맞는 일을 평생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이들은 사람들을 다섯가지의 성향으로 나누고 평생 이를 바꾸지 못하도록 한다. 다이버전트는 이들 성향을 골고루 가지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
언젠가 어떤 한의사에게서 들은 얘기다. 사상의학이 인기를 끌고 있을 무렵이었는데, 그분 말씀은 인간이 어떤 것으로 확실하게 규정할 수 있다면, 가령 누구는 태음인, 누구는 소양인으로 확실하게 규정할만큼 뚜렷한 증상이 있다면 그건 아픈사람이라고. 건강한 사람은 이들 네가지 사상을 골고루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 의원의 말에 따르면 우리 대부분은 다이버전트인 셈이다.
그게 인간의 본성에 더 가까운 것일 수 있는데, 영화 속 사회는 이런 다이버전트를, 인류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말만 그렇게 할 뿐이지 사실 영화의 갈등은 다른 데 놓여 있다. 자신의 본분을 잊고 정권을 잡으려는 지식인 집단과 그 리더에 대항해 다이버전트인 여주인공이 이를 막아낸다는 얘기다.
주인공과 소수의 조력자들이 이런 큰 음모를 저지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반란 세력이 '군인 집단'에 최면을 걸어 그 힘을 조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지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 최면에서 깨어난 군인 집단을 발돌리게 할 수 있었던 거다. 하지만 역사는 이런 것이 판타지라고 한다. 모든 역사에서 최면에 걸려 반동을 저지른 사람들은 아마 없을 것이다. 철저하게 자신들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무엇에 등떠밀리고 있는지 인지한 가운데 저지른 것이겠지.
역사와 비교하면 상당히 순진하고 유치한 설정에다가 영화 제목인 다이버전트에 대한 적개심과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갈등이 전면에 드러나지 않는 것이 영화의 주제를 애매하게 만든다.
'리뷰 >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Her (0) | 2014.09.20 |
---|---|
Edge of Tomorrow (0) | 2014.09.19 |
You're Next (0) | 2014.09.19 |
해무 (0) | 2014.09.19 |
끝까지 간다 (0) | 2014.09.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