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이론이란 건 거칠게 환원하자면 호응에 대한 강박이다. 작품과 수용자 사이의, 사건과 사건 사이의, 인물과 인물 사이의 유의미한 관계망을 형성하느냐다. 여느 예술이 그렇듯이 이 강박의 경계 바깥에 자칭, 타칭 천재들이 모여 산다.
자칭, 타칭 천재들을 구분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자칭 천재들은 인생이란 게 원래 우연과 부조리 약간에 이를 압도하는 권태의 조합이 아니겠느냐며, 질소 가득한 과자봉지 같은 영화들을 내놓는다. 그러나 천재들은, 그래 클린트 이스트우드 같은 천재들은 이론이 담아내지 못하는 삶의 단면을 툭툭 던져 놓는다.
<아메리칸 스나이퍼>에서 카일의 죽음을 '죄의 삯'으로 규정하지 않았다고 해서 이 영화를 비난하는 건 너무 고루하다. 적어도 비평을 하려면 감독이 던저놓은 삶의 모순에서 시작해야 한다. 카일의 인격 형성에 오롯이 기여한 아버지의 폭력성, 참전한 동생의 분열증, 동료의 악에 대한 이견 등등 카일과 배치되는 다양한 요소들이 이 영화에서 어떻게 의미를 형성하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이들은 여느 서사이론에서 얘기하듯이 영웅의 고독, 고립된 영웅의 욕망을 형성하는데 기여하지 않는다. 조준경 안의 뚜렷한 주인공의 사명과 조준경 밖의 어긋난 삶의 양태들을 대비하면서 감독이 하려는 얘기가 무엇이었을까? 나 역시 선뜻 답을 내리기는 어렵지만 쉽게 어느 한쪽을 선과 악이라 규정하는 오늘의 정치, 서사 '이론'을 넘어서 정말 삶을 까놓고 직시하자는 제안이 아닐지.
1. 폭탄 테러를 하려는 아이를 겨눈다.
2. 주인공의 어린시절, 아버지에게 첫 사냥을 배우던 기억. 그리고 동생을 때린 친구를 응징한 일. 거기에 대한 아버지의 반응.
3. 성인이 되어 카우보이가 되려했던 날. 여자친구의 외도. 군대에 지원하다. 군대에서 받은 훈련. 훈련을 마치고 아내를 처음 만나던 날. 주인공이 사격 훈련을 받는다. 재능을 보이다. 아내와의 데이트. 사격에 훈련에 성공. 911 발발. 아내와 결혼.
4. 첫번째 파병. 프롤로그 장면. 소년 테러범과 그 엄마를 사살하다. 자살 폭탄 차량 사살. 그의 명성이 높아간다. 용의자 제시. 검거에 나서다. 현지 정보 제공자에게서 정보를 얻다. 아내와 통화를 하던 중에 적의 저격수에게 당하다. 타겟은 정보 누설자의 가족을 잔인하게 죽이다. 징계를 받고 집으로 돌아오다.
5. 아내와 지내면서 밖으로 나가는 것을 꺼려하다. 병원에서 검사 후 건강에 이상 발견. 아내가 출산. 주인공의 마음을 이라크에.
6. 두번째 파병. 가는길에 동생을 만난다. 동생은 얼이 빠져 있고. 주인공의 현상금이 가장 높다. 회의하는 동료들. 잠복하던 집에서 무기를 발견. 그를 이용해 적을 기습.
7. 아이와 함께 지내는 주인공. 사소한 자극에도 긴장한다. 참전 용사가 그에게 존경을 표함. 두번째 아기가 태어나다. 예민하게 반응하는 주인공. 아내와의 불화.
8. 세번째 파병. 친한 동료의 부상. 이를 복수하기 위해서 작전에 나서다. 그러나 기습을 받아 여럿이 죽는다.
9. 장례식. 부상당한 동료를 방문. 아내와 결별을 예감하다.
10. 네번째 파병. 동료가 죽었다는 얘길 듣는다. 아이가 미사일을 잡는 걸 죽일지 망설인다. 마지막 작전에 나선다. 상대 저격수를 발견하고 위험에도 불구하고 사격. 팀 전체가 위험에 빠졌다가 돌아온다.
11. 돌아온 뒤 방황한다. 쉽게 흥분하고 폭력성을 드러낸다. 의사에게서 다른 환자들을 도우라는 권유를 받는다. 상담을 돕고 사격을 도와주면서 평정을 되찾는다. 새집을 얻고 딸과의 행복한 한 때, 아내와의 관계 회복. 아들에게 사격을 가르치다. 다른 참전용사를 돕기위해 집을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