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 (2012)
Nameless Gangster : Rules of Time
8.1
야비함의 구조.
나쁜놈들 전성시대의 구조와 주제, 세부를 일관되게 관통하는 것은 야비함이다. 영화는 주인공 익현이 두 조직폭력배 사이에서 줄타기 하는 내용에 따라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비리 세관이던 익현이 조폭인 형배와 만나 대부행세를 하면서 각종 이권을 가로채던 시절과 형배와 틀어지게 되는 계기, 그리고 조 검사에게 잡혀 형배를 배신하는 과정까지. 여기서 관객은 익현이란 남자, 혈통과 가부장 의식, 허세와 허위에 쩔어 있는 그가 어떻게 정글에서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를 보게 된다. 그의 유일한 혹은 유력한 무기가 있었다면 그건 야비함이다. 그건 비겁이라 조롱할 것도, 비열이라 경멸할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건 험한 파도를 헤쳐가는 서퍼의 묘기와 같은 것이었다.
익현에게는 비리로 가득한 공직이든 아차하는 순간 땅속에 묻히거나 배에 사시미를 꽂기 십상인 조폭들의 세계나 그저 생존이란 과업을 안고 있는 정글일 뿐이다. 그 정글에서 그는 적당한 때에 올라타고 숙이고 버리는 법을 알고 있었을 뿐이다. 그의 몰락은 그 야비함을 자신의 본성으로 품지 못하고 망각한 순간에 온다. 그를 대부라 부르던 형배도, 반달이라 부르던 검사도 그에게 진중하게 묻는다. '너는 뭐냐?'
영화는 마지막까지 그의 손을 들어주거나 그를 힐난하지 않는다. 그저 생존해 있음을 확인하고 있을 뿐이다. 형배를 검찰에 넘기던 순간, 허벅지에 칼을 맞는 위기를 넘겼으면서도 그는 외친다. '내가 이겼어, 내가 이겼어.' 그의 생존이 계속되는 한 관객은 그의 야비함에도 불구하고 그를 지지할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그는 현실이란 정글에 뒹구는 우리들의 자화상이니까. 그래서 마지막 장면 기진한 그의 모습에 또 우리 스스로의 모습이 투영되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