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책

인형은 왜 살해되는가

자카르타 2015. 10. 28. 22:14



인형은 왜 살해되는가

저자
다카기 아키미쓰 지음
출판사
검은숲 | 2013-01-06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에도가와 란포, 요코미조 세이시와 함께 일본 추리소설의 부흥기를...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아마 작년에 <파계재판>을 재밌게 읽고 주문한 것 같은데, 책 뒤의 저자 소개를 읽기 전에는 까맣게 잊고 있었으니... 독후감은 왜 쓰며 책은 왜 읽는지. 각설. 


주로 사회파 미스터리만 읽다가 올해는 어쩌다 보니 본격파 미스터리를 주로 읽게 된다. 이 책에서는 '목 없는 시체 트릭'의 변주들을 다룬다. 목 없는 A의 시체가 발견되고, B라는 사람이 실종되면 B가 A를 죽이고 도주했다고 흔히들 생각하지만 실상은 A가 B를 죽이고 자신의 옷을 입힌 것으로 밝혀지는 것이 '목 없는 시체 트릭'이라고 한다. 


전부 세 명의 죽음을 다루는 이 책은 이 트릭의 공식을 독자들에게 설명하면서 이 트릭의 변주들을 실험한다. (여기서부터는 스포일러) 첫번째 살인에서는 이 트릭의 전복인 것처럼 끌고가다가 그 트릭이 그대로 적용되었다는 반전을 이끌어내고, 두번째 살인에서는  첫번째 살인에서 확보한 독자의 선입견 - 인형이 주술이나 광신과 관계가 있을 거라는 - 을 이용해 그 용도에 대한 추리를 사전에 배제하도록 한다. 


주로 영미권의 미스터리 고전들이 인간을 스테레오 타입으로 보는 경직된 시선들이 있어서 그다지 감흥이 없는 반면, 올해 읽은 일본 본격파 미스터리는 트릭에 집중하면서도 인간의 다양한 본성들을 파고드는 면이 있다. 때로는 그런 변덕스런 인간의 모습이 작가의 궁여지책으로 여겨질 만도 하지만 용케 그런 함정에 빠지지 않는 것은 복기하면 수긍이 갈 정도의 복선들을 촘촘히 깔아놨기 때문이다. 흔쾌히 속아줄 마음이 들 정도로. 


영화나 미스터리 소설이나 플롯이 중심이 되는 이야기들은 수용자가 어떤 정보로 어떤 판단을 내리고 있는지를 작가가 훤히 꿰뚫고 있어야 하는데, 이들 미스터리 작가들은 그런 면에서 탁월한 경지를 보여준다. 


다 읽고나니 내가 절대로 사지 않겠다고 한 '시공사'의 계열사 '검은숲'이 책이네. 다음에 주문하려고 했던 <문신 살인 사건>은 잠시 보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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