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 영화는 페이크다큐처럼 주인공의 카메라를 통해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을까? 앞부분은 상당히 거슬렸다. 주인공이 카메라에 집착하는 이유도 마뜩치 않았다. 주인공이 텔레파시 달리를 시전하고 서브플롯을 다른 여자의 카메라로 진행할 때는 작위가 더 두드러졌다. 왜 주인공이 강도짓을 하는 장면, 병상 장면에서는 CCTV까지 동원하고 하이라이트 격투씬에서는 방송 카메라를 통해 스타일을 유지해야만 했을까?
핸드 헬드의 불안함, 사실성 등 여러 가지 설명이 가능하겠다. 하지만 아, 이것 때문일까? 싶었던 장면은 따로 있다. 주인공들이 첫 비행에 성공한 뒤에 침대에 누워서 카메라를 날릴 때, 실제로는 카메라가 하늘을 날고 있었지만 그 카메라에 담긴, 카메라를 응시하는 주인공은 마치 우주를 유영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 자유와 뿌듯함, 당당함이 그대로 전해졌다. 그러고 보면 어쩌면 유사 다큐 양식에서 카메라를 영화 안으로 끌어들이면서 얻는 가장 큰 성취는 한사코 카메라를 보지 않으려고 하는 다른 영화와는 달리, 인물들이 카메라를 직접 마주보면서 – 그렇게 관객과 눈을 마주하면서 이야기를 전개할 수 있다는 점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