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 좋다. 42살의 멍때리기 대장이 사무실을 박차고 나간다는 내용도 맘에 들고, 뭣보다 벤 스틸러의 섬세한 연출도 좋다. 연출도 주연도 도맡아 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소박한 성찰을 들려준다는 느낌이다. 첫 시퀀스 정거장 씬, 뜬금없는 윌터의 상상도 좋다. 이것으로 윌터가 어떤 인물인지 알았다. 이대로 쭉 계속될 거 같은 그의 지루한 삶이 16년 직장의 매각으로 균열이 가는 상황도, 사진을 잃어버리는 사건을 만들어서 여행을 떠나게 하는 구성도 좋았다. 핼리콥터로 뛰어들어야 하는 순간 들리는 데이빗 보위의 노래도 물론이고.
가장 좋은 것은 윌터의 여행을 두 가지로 나눴다는 점이다. 그린랜드에서 아이슬란드로 이어지는 첫번째 '모험'이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반면, 해고 이후에 이어지는 두번째 여행의 목적은 좀 더 윌터의 내면을 살피게 한다. 이젠 필름을 찾을 의무도 사라진 마당에 그가 전쟁지역인 예맨과 아프가니스탄을 거쳐 히말라야로 오르는 것은 자신의 삶을 흔들어 놓은 원인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다. 사진 찾기가 실패로 끝나도, 그 사진이 뭐였는지 알아내지 못해도, 그 뒤 사진을 발견해서도 사진을 펼쳐보지 않을 수 있었던 것도 그의 질문이 이제 자기 자신의 내면을 향하고,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내면의 발견이 현실에서 어떤 보상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도 좋다. 그는 여전히 40대 해직자이지만 이제 그는 공상 속의 고백 대신 좋아하는 사람의 손을 잡을 만큼의 용기가 생겼다. 그것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