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

사울의 아들

자카르타 2016. 4. 10. 21:56




드물게, 공감할 수 없는 그러나 어딘가는 있을 것 같은 인물을 만난다. 그저 광기로 치부할 수 없는 불합리한 행동들을 보면서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지를 되묻게 된다. 가스실에서 살아난 아들이 다시 목이 졸려 죽는 것을 무력하게 보고만 있던 아버지가 죽은 자를 위해 산 자를 배신하면서까지 아들의 장례에 집착하는 것은 왜일까? 그의 말처럼 사울을 포함한 그들이 이미 오래 전에 죽은 자들이기 때문일까?

 

장례와 매장을 통해서 그가 이루려고 했던 것은 어쩌면 구원일지도 모르겠다. 온통 죽은 자들로 가득 찬, 지옥의 불구덩이 속에서 아들만은 벗어나게 하려는 것인지도. 그건 죽은 아이가 사울의 아들인지 아닌지와는 상관이 없는 얘기다. 육체의 죽음이 임박한, 종말의 문턱에서 그가 선택한 가장 의미 있는 일일수도 있겠다. 마지막 씬에서 다른 아이를 보면서 활짝 웃는 사울을 보면 더더욱 이런 확신을 갖게 한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사후 해석일 뿐.

 

영화가 시종일관 만들어내는 감정은, 자기를 희생하면서까지 아들에게 구원을 베풀려는 부성애에서 비롯되는 감동이 아니다. 그보다는 사울의 집착이 사울 자신은 물론이고 공동체의 안위를 위협하는 가운데서 비롯되는 긴장들이다. 좀 더 솔직하게는 짜증이다. 흔히 서사에서 보듯 아들을 빼앗아 간 적들에 대항하는 것도 아니고, 같은 동료들을 위험에 빠지게 하면서까지 저래야하나? 이기적인 인간에 대한 적개심도 들었다.

 

그러나 공리의 저울을 치우고, 영화가 고집했듯이 사울의 시선, 사울이 초점을 맞추고 있는 그의 현실을 영화의 결말은 오히려 사울의 세계가 더 현실적임을 증명하지만 확대해서 본다면 합리와 실용의 성긴 빈틈 사이에서 인간으로 남고자 하는 또 다른 몸부림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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