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

로건

자카르타 2017. 4. 16. 01:22




그렇지 않을 것 같은데 너무 건성이어서 당황하게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너무 진지해서 무안하게 만드는 이도 있다. 영화도 그런 것 같은데. 어벤져스가 딱 전자에 해당한다. 과연 얘네들의 능력이 객관적으로 어떻게 되는지 종잡을 수가 없다. 헐크나 토르는 물론이고 가장 물리적 제약을 많이 받는 아이언맨 역시 그 능력치는 고무줄이다. 대부분 그냥 필요에 따라 신이 되기도 하고 밧줄에 걸린 걸리버가 되기도 한다. 반면 로건은 후자에 해당한다. 갑자기 정색하고 인생의 무상함을 얘기하다니! 로건의 손을 붙잡은 로라가 그럴 것만 같다. ‘원래 이런 시리즈 아니었잖아요.’ 

둘의 방향이 다른 것 같지만, 그동안 시리즈와 캐릭터가 구축한 ‘우주’, 그 세계의 일관성을 허문다는 측면에서 둘의 지향은 통하는 것이 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무한히 확장할 것 같은 이 ‘우주의 경계’에만 시선이 쏠려 있는 사이 놓쳐버린 것이 있는 건 아닐까? 그건 이런 ‘이야기’들이 짐짓 ‘새로운 우주’를 만들려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현실의 음각’에 불과했다는 점 말이다. 

많은 인물의 소멸을 겪어야 했던, 불멸의 로건이 소멸을 맞는다는 건. 이 ‘현실의 음각’이 다시 양각의 프린트를 만들어내는 것과 같다. 이로서 이 순환은 소멸하는 현실에 방점을 찍는다. 그 방점이 너무 단호하고 느닷없어서 당황스러웠지만 스스로의 이야기를 완결짓는 영웅 캐릭터를 보는 건 색다른 경험이다. 이로서 그의 우주는 완결되었지만 이 봉합 사이에서 또 무한히 팽창할 이야기들을 생각하면 터지기 직전의 풍선처럼 쫄깃한 긴장과 페이소스를 줄 수도 있겠다. 

안녕, 로건 그동안 고마웠어. 반가워 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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