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액자 안에 놓인 틀린 그림 찾기. 영화의 구조를 한마디로 설명하면 이렇다.
현재 어느 산골에서 유골이 발견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리고 30여년 전인 75년에 벌어진 사건으로 들어간다.
그해 언젠가 성당의 관리인이 목을 메는 일이 벌어지고 관리인을 매장하고 돌아오는 길에 숲에서 벙어리 여자가 걸어나온다.
이후 이 여자를 마녀라며 적대하는 마을사람들과 그들의 무지와 광신에서 여자를 지키려는 경찰의 싸움.
그리고 그와는 별개로 산장에서 치즈를 만드는 두 명의 농부와 한 명의 도시인 자원봉사자를 찾아 온 이 여자의 이야기가 병행된다.
액자 속의 두 이야기는 몇 개의 시차를 두고 벌어진 일들이지만 영화 속에서는 하루 이틀 사이에 전개된 것인양 연출되었다.
이 영화가 이룬 성취는 그러나 이런 시차를 자유자재로 편집하는 데에 있지 않다. 중요한 것은 마법과 무지의 어둠 속에서 명백한 인과관계를 교묘하게 배치해 넣는 기술이다.
처음 30년의 시차를 뛰어넘은 벙어리 소년의 환상으로 시작하면서 전체 캔버스의 톤을 조절하더니, 시종일관 관객을 여자의 마성 - 늙지않는 마녀의 본성에 집착하게 한다.
그 전략이 충분히 관객에게 먹힌 뒤에 영화는 현실의 인과관계를 마성으로 무마하려는 인물들의 무지와 관객들의 관성을 비웃는다.
세넨툰치의 뜻은 산장의 에피소드에서 소개되는데 목동들이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서 빗자루와 볏집을 가지고 만든 여자 인형을 말한다고 한다.
전설 속의 목동들은 그 여자 인형을 한껏 희롱하고 결국에는 화가 난 인형에 의해 껍질이 벗겨지고 볏집으로 채워지는 징벌을 받는다고 한다.
산장에서 벌어지는 내용은 이런 전설의 재현이다. 마을에서 여자와 함께 도망친 경찰은 이 현장을 목격하고 자신의 이성을 의심하면서 자살에 이른다.
이 전후 맥락, 사연을 아는 것은 오로지 관객 밖에는 없다. 자살에 이르는 경찰도, 마을 사람들도 그리고 현재 유골을 발견한 사람들도, 어느 누구도 관객이 가진 정보의 절대량에 미치지 못한다.
영화가 끝나면서 발견되는 유골은 극중 인물에게는 새로운 전설의 증거로 제시되면서 관객에게는 그 전설의 마지막 아우라까지도 철저하게 해체되는 경험을 제공한다.
극중인물과 관객의 경험치가 이렇게 크게 엇갈리는 영화를 본 적이 있던가?
영화는 마치 옛날 전설을 들려주는 것처럼 관객을 전지적 시점에 놓으면서도 권선징악의 선이나 악도 모두 무관심하게 흘려보낸다. 관객에게 남는 것은 관찰자에게 주어진 사실이 어떻게 진실에 가닿지 못하는가 그 허망한 간극 뿐이다. 그리고 그 허망함에 닿기 전까지는 폭력과 섹스, 미스테리와 스릴러의 구조를 훌륭하게 버무려내 관객에게 도무지 한눈을 팔지 못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