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풍속사. 1: 조선 사람들 단원의 그림이 되다
글을 쓰다가 사전이나 이런 자료를 보는 일은 수작업에 앞서 연장들을 갈고 다듬는 일 같다. 딱히 내 작업에 곧바로 적용할 만한 내용을 많이 얻지는 못했지만 그 시대의 분위기에는 흠뻑 취하게 한다. 지식과 정보라는 것도 자생력이 있고, 생태계를 이룬다고 한다면 이런 자료를 찾아 읽는 일은 그 생태계를 더욱 풍성하게 하는 일이다. 조선의 생활사에 대해 쓴 책들을 많이 읽은 것은 아니지만 강명관 선생의 글은 믿어도 될 듯 싶다. 전에 읽은 <조선의 뒷골목 풍경>은 모르긴 해도 사극을 쓰는 많은 이들에게 영감과 훌륭한 재료들을 공급해 줬으리라.
<조선 풍속사> 시리즈는 그림을 소재로 조선의 생활사들을 소개해 나간다. 1권은 단원 김홍도의 '단원풍속화첩'에 담긴 25점의 그림을 가지고 당시의 풍속을 설명한다. 주막과 어로, 농경 등 당시의 다양한 직업군에 대한 설명과 함께 사회구조나 경제, 문화 등에 대한 설명들이 이 25장의 그림들을 씨줄 날줄 삼아 엮여 간다.
단원의 그림을 주 소재로 삼아 말머리를 꺼내지만 이를 펼치는 데는 다양한 그림들과 문헌들을 제시한다. 인상 깊은 것은 정약용이나 성호, 박지원 같은 실학자들의 문헌을 통해서 우리 문화와 청나라의 문화를 비교한 내용이다. 일방의 전통 문화 옹호에 머무르지 않고 당시의 한계와 이를 극복하려는 다양한 인물들의 목소리와 행동을 담았다는 면에서 한층 다면의 관점에서 당시를 조명해 볼 수 있었다.
함께 소개된 단원의 <행려풍속도첩>의 그림들이 너무 작고 어두워서 제대로 볼 수 없었다는 것을 제외하면 좋은 내용과 편집을 보여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