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

애프터 어스

자카르타 2013. 12. 26. 22:35


애프터 어스 (2013)

After Earth 
6.8
감독
M. 나이트 샤말란
출연
윌 스미스, 제이든 스미스, 이사벨 펄먼, 조 크래비츠, 크리스토퍼 히브주
정보
SF, 액션 | 미국 | 100 분 | 2013-05-30
글쓴이 평점  



애초에 아버지의 어께 위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하는 아들 녀석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윌 스미스의 아들 제이든 스미스 말이다. 

그런 고까운 시선을 제외한다면 뭐 그럭저럭. 


아버지와 아들이 낯선 행성-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지구에 불시착한다. 아버지는 다리를 다치고 유일한 희망인 구조신호를 보내려면 상당한 거리에 떨어진 곳까지 아들이 직접 가야한다. 


아버지를 본받아 스타--가 아닌 뛰어난 군인이 되기 원하는 아들은 모든 면에서 탁월하나 유일하면서도 치명의 흠을 가지고 있으니 바로 적대자인 괴물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쩔 수가 없다. 아들은 호흡을 돕는 신비의 캡슐, 아버지의 현현을 돕는 슈트, 그리고 아더왕의 칼 저리가라할 만능 칼을 가지고 구조신호 발신기를 찾아 여행을 시작한다. 아주 전형의 모험 설화의 구조를 답습하는 것은 샤말란의 고집일까? 여기에 등장하는 SF의 상상력도 모두 옛 설화에 자주 등장하는 마법을 그저 과학으로 번역해 놓은 것에 불과하다. 


예상대로 아들은 통과의례를 무사히 치르고 아버지의 세계에 편입될 자격을 얻는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아들이 아버지의 그늘을 벗어나는 장면이다. 호흡을 돕는 캡슐이 깨지고 더 이상 행군을 할 수가 없는 마지노 선에 다다랐을 때, 아버지는 귀환을 명령한다. 그때 아들은 아버지의 명령을 어기고 벼랑 아래로 내린다. 어느 부족의 통과의례인 번지의 모티브를 그대로 차용하면서, 마법의 도구와 아버지의 육성과 결별하는 것을 설정한 것이 흥미롭다. 

벼랑에서 떨어지기 전 아들은 자신이 트라우마를 갖게 된 계기를 얘기하면서 스스로 자기 증명의 계기로 선언한다. 아무도 손가락질 하지 않는 일에 대해 스스로 갖는 죄책감을 굳이 설정한 이유가 뭘까? 영화에서 그 트라우마가 필요했을까? 필요했고 좋은 선택이라고 본다. 죄책감과 복수. 그건 자기를 극복하는, 탈피와 성장의 주제에서 꽤 유용한 동기를 부여한다. 


샤말란의 영화에서 더 이상 반짝이는 상상력보다는 어떤 익숙한 원형의 재확인 정도에서 만족하기로 한다면 뭐 나쁘지 않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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