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

비포 미드나잇

자카르타 2013. 12. 25. 23:53


비포 미드나잇 (2013)

Before Midnight 
7.7
감독
리차드 링클레이터
출연
에단 호크, 줄리 델피, 샤무스 데이비-핏츠패트릭, 아리안느 라베드, 아티나 레이첼 챙가리
정보
로맨스/멜로 | 미국 | 108 분 | 2013-05-22
다운로드 글쓴이 평점  


<비포 미드나잇>이 나온나는 소식이 꽤 신선했다. 이건 영화로 쓰는 에스노그라피가 아닌가? 

<비포 선셋>을 보기 전이라 무슨 얘기를 또 하려나, 에 대한 기대보다는 <스타워즈>와는 또 다른 유장한 흐름을 놓쳐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우선 들었다. 그래서 안 보고 넘겼던 <비포 선셋>을 거슬러 봤다. 


전작 <비포 선셋>에서 충분히 가늠했음직한 결말에서 이어진다. 

제시는 셀린과 새 가정을 꾸렸고 그의 아들은 일년에 몇 주 방학을 이용해 보는 정도다. 셀린과는 인형 같은 두 딸을 얻었지만 아들의 외로움, 미숙을 소외의 징후라 읽으며 불안해 한다. 영화는 제시가 가진 이런 갈등을 전제로 진행된다. 그리고 그 위에 나름의 타성이 감추고 있는 임박한 사랑의 시효를 묘사한다. 결국 이들을 불안에 빠뜨리는 것은 시간이다. 


10년을 주기로 그들의 삶의 단면을 보게되는 행운 혹은 호사 혹은 번거로움을 느끼는 관객에게도 이 영화를 보면서 느끼는 가장 큰 화두는 시간이다. 그 시간은 운명 같은 사랑을 도드라져 보이게 하는 배경이 아니라, 샐린의 말처럼 뜨거운 물 속에 놓인 개구리를 이제 서서히 죽게 만드는 것처럼 이들의 관계를 변하게하는 핵심이다. 


<비포 미드나잇>에서야 확인된 것이지만 <비포 선셋>까지만해도 운명을 거슬러, 혹은 시간이 허락한 기회를 부여잡고 배의 키를 바꿀 의지와 힘은 이제 제시와 셀린에게 없어보인다. 그래서 제시가 떠나지 않을까 예민하게 의심하는 셀린도 부질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셀린이 확인하려는 것은 일종의 싱싱함이 아니었을까? 제시가 아들을 찾아 떠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셀린과 그 딸들을 선택한 것이라는 것. 그렇게 셀린 자신도 까지 10년, 20년 전과 같이 살아있음을 확인하려는 것은 아니었을까? 꽤 무디거나 편향된 감상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마지막 그 허무한 화해를 보면 이런 추측도 꽤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이들이 겪은 불화는 오늘 밤만의  아니라 이들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꽤 익숙한 혹은 익숙해지려고 하는 세레모니가 아닐까. 그래서 이 지지부진한 이야기가, 어찌보면 사랑과 전쟁과도 흡사해진 이 이야기가 10년 후 또 다른 모습으로 나올 수도 있겠다 기대를 갖게 한다. 


아, 영화를 보면서 반성하게 되는 경우도 참 드문데... 셀린의 깐죽과 태클을 참아내는 제시를 보면서 내가 얼마나 관용이 부족한 사람인가를 절실하게 느꼈다. 이 타이밍에 뭔가 뒤집어 엎어야지, 하는 순간을 매번 끈질기게 참아내는 제시에게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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