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

그래피티

자카르타 2013. 12. 9. 14:41


그래비티 (2013)

Gravity 
8.1
감독
알폰소 쿠아론
출연
산드라 블록, 조지 클루니, 에드 해리스, 오르토 이그나티우센, 폴 샤마
정보
SF, 드라마 | 미국 | 90 분 | 2013-10-17
글쓴이 평점  


'중력이 웬수지' <클리프 행어>에서 벼랑에서 떨어지는 악당을 향해 주인공의 친구가 한 대사다. 
그렇게 중력과 연상되는 것은 추락이다. 그런데 무중력 상태의 우주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가 '그래비티'란 이름을 달았다. 왜일까? 
흔히들 미디어를 통해 간접경험한 우주는 그렇지 않다. 물방울은 오로지 표면장력에 의해 인드라의 구슬처럼 돌아다니고, 사물은 오로지 관성에 의존해 움직인다. 사람들은 마치 물고기가 된 것처럼 자유롭게 그야말로 '유영'을 한다. 어느 영화였던가? 그 무중력 상태에서 춤을 추며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도 있었으니까. 

<그래비티>의 갈등과 긴장은 그 우주에 대한, 무중력 상태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집은 데서 나온다. 
'유영이라고? 웃기지마라! 우주에서는 모든 방향으로 추락한다! 오로지 위에서 아래로의 추락만 있는 지구와는 달리.' 
광할하고 망망한 우주에 비하면 먼지와도 같은 한 점, 우주선에 붙어 있지 못한다면 그건 곧 추락을 의미 한다. 그때 추락의 속도는 중요하지 않다. 조준이 잘 못되어 있다면 손끝을 벗어나 천천히 내 옆을 미끄러지는 우주선을 보는 자신의 생명이 사그라드는 고문을 겪어야 한다. 

여기에 우리 현실을 투영해 읽는 것은 그래서 당연하다. 모두들 시위를 떠난 활처럼 과녁에 명중했나 부중했느냐의 차이로 행, 불행이 나뉘고 있으니. 이 넓은 세상에서 오직 점 하나에 수렴하기 위해 살아가는 긴장이 영화를 보는 내내 공명된다. 영화를 본 뒤에 관객의 심리 밑바탕에 남는 것은 ‘느리지만 이미 과녁을 벗어났다는 짐작’이 주는 아찔함과 공포인지도 모른다. 

마지막 희망인 중국 우주정거장을 붙들기 위해 라이언이 몸부림 치던 장면이 흥미롭다. 손끝을 벗어나는 정거장을 붙들기 위해 라이언은 소화기를 버린 반동을 이용한다. 영화를 볼 때는 그 장면의 긴장에 휩싸여 별다른 생각을 못했지만 이후에 계속 그 장면이 떠올랐다. 지구에서는 거의 체험할 수 없는 ‘작용과 반작용’의 힘을 그렇게 위급시에 이용할 수 있을까? 매트가 스스로 줄을 끊으려는 대신 그 무거운(무거워 보이는) 추진체를 벗어던져 그 반동을 이용할 생각은 왜 하지 못했을가? 충분히 여러가지 설명이 가능하겠지만 난 몸부림의 차이라고 본다. 라이언의 그 행동은 머리가 아닌 가슴의 절박함. 그 절박함에서 비롯된 몸부림의 일부였다고. 가슴과 몸의 주파수가 맞을 때 구원은 그렇게 예기치 않게 오는 것이 아닐까.






<줄거리>


이제 은퇴를 앞두고 마지막 임무를 수행 중인 매트와 전문가로 참여한 라이언은 허블 망원경의 수리를 하는 중이다. 이들은 임무 완수 직전 인공위성 잔해에 충돌한다. 이 충격으로 라이언  망망한 우주 속에 내팽개쳐진다. 그러나 잠시 후 매트가 다가와 라이언을 구한다. 잠시 후 우주선으로 돌아온 두 사람은 앞서 충돌로 모두 죽었음을 확인한다. 심지어는 탈출에 쓸 우주선 조차 없다. 
두 사람은 인근 우주정거장으로 방향을 바꾼다. 그러나 매트가 가진 추진체에 연료가 없다. 결국 이들은 우주정거장에 안착하지 못하고 충돌을 하고 매트가 튕겨나가는 것을 라이언이 간신히 붙잡는다. 그러나 매트는 라이언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 줄을 끊고 우주미아가 된다. 
매트의 희생으로 라이언은 우주정거장에 탑승하게 된다. 그러나 우주정거장의 대원들은 모두 정거장을 탈출한 후다. 설상가상 정거장에 화재가 발생하고 라이언은 간신히 탈출용 캡슐에 올라탄다. 그러나 캡슐은 낙하산에 걸려 정거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하는 수 없이 라이언이 밖으로 나와 낙하산을 치운다. 그리고 그때 지구를 한 바퀴 돈 위성의 잔해들이 다시 몰려온다. 우주정거장은 모두 파괴되고 라이언은 간신히 캡슐에 올라탄다. 
그러나 우주선의 연료가 바닥이 났다. 라이언은 모든 것을 포기하려는 순간 꿈을 꾼다. 매트가 나타나 라이언에게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라이언은 착륙 시 사용할 연료를 이용해서 중국의 우주 정거장으로 이동을 한다. 
그러나 좌표가 우주정거장을 벗어나자 라이언은 소화기에 의지에 우주로 뛰어내린다. 소화기로 방향을 잡아 정거장에 올라탄 라이언은 우주정거장과 함께 지구로 귀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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