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이란 시위대가 미대사관을 습격해 인질을 억류했던 실제 사건에 대한 영화다. 영화는 444일 동안 억류된 이질들이 아니라 시위대 침입시 캐나다 대사관으로 피했다가 탈출한 여섯명의 이야기를 다룬다. 크레인에 반역자를 목매달고, 미국에 대한 증오로 날을 세운 이란 국민들과 혁명군들의 눈을 속일 수 있었던 것은 이 임무를 맡은 CIA의 토니가 <아르고>라는 SF영화의 제작진이라며 검문을 속였기 때문이다. 영화는 '아르고'라는 허구의 대본이 어떻게 적을 속이는 '거짓'이 되는지 그 과정을 재치있게 그리고 있다. 아울러 탈출의 실현 과정에서 주는 긴장이 이 영화의 두 축을 이룬다.
소재 자체가 흥미로운 영화지만 벤 에플렉의 연출 또한 재밌다. 영화 시작에 이 사건이 일어나게 된 역사 배경을 간략하게 설명한다. 그저 나레이션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영화 스토리보드와 실사 영상이 섞여 진행된다. 재현이 불필요한 기록 영상을 스토리보드에 재현하는 방식은 이후 영화 속의 상황 - 현실이 서사의 허구를 가장하는 상황과 정반대의 구성을 이룬다. 그리고 영화에서는 스토리보드가 이들이 '실제' 영화를 찍으려는 사람들임을 인증하는 중요한 도구가 된다. 영화를 가장한 속임수, 그 속임수로 목숨을 구한 사람들에 대한 영화. 뫼비우스의 띠처럼 무한반복되는 이 구조를 벤 에플렉 감독은 재치있게 스토리보드라는 도구로 묘사하고 있다.
그 아이러니가 주는 유머와 실화가 갖는 긴장을 절묘하게 배합해 낸 것이 이 영화가 아카데미작품상을 받게 된 이유가 아닐지. 평소에 글쓰는 재주보다 출연할 작품을 고르는 감식안이 한참 떨어지는 것 같아 안타까운 배우 중 하나였는데 이제 감독 전업으로 나가는 것은 아닌지 그게 또 걱정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