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의 꿈
셰익스피어 작품은 참 난감하게 한다. 분명 나 말고 다른 이들의 사랑을 꾸준히 받는 걸 보면 대단한 작품일 텐데..
난 그다지 '대단한 점'을 발견할 수가 없다. 내가 좀 더 폭넓은 문학과 연극을 접하고 나서 다시 이 대본을 본다면 또 어떨까? 궁금하다.
그러나 모르는 걸 아는 척 할 수도 없고, 지금 느낀 것을 그대로 옮겨본다.
우선 가장 눈에 거슬렸던 것은 네 명의 연인들의 캐릭터 변화에 어떤 개연성도 지향성도 와닿지 않는다는 점이다. 번역자의 해설에 따르면 언제든지 변할 수 있는 위태한 사랑을 보여준다고는 하지만, 진실한 사랑을 비웃는 '충동'과 얇팍한 '욕구'의 모티브를 요정들의 장난으로 둔다는 것이 무엇을 더 의미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불가사의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이란 것은 아마도 '신 앞에서의 겸손' 정도가 아닐까. 그러나 그런 것을 얘기하기에는 '신 앞에서의 오만'은 그저 귀여운 연인들의 속삭임 정도에 그친다.
이야기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 그래서 뭔가 얽힌 실타래를 풀어줄 것 같은 극중 극도 모호하기는 마찬가지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원형 이야기를 극중 극의 형태로 보여주고 있는데. 하층민들의 어설픈 연기를 통해서 극의 판타지를 제거하고 서사를 희화한 후에 극의 주인공들이 얻은 것은, 그리고 관객들이 느낀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것 역시 잘 모르겠다.
이 작품은 코미디로 분류된다고 한다. 전혀 웃기지도 재밌지도 않았는데. 그 당대의 감성, 시대 상황, 언어의(번역의) 간극을 생각해보면 참 이러쿵저러쿵할 얘기도 별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