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책

시간여행자

자카르타 2012. 3. 19. 21:19



시간여행자

저자
로널드 몰렛 지음
출판사
쌤앤파커스 | 2007-07-16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소설이나 영화 속에서만 가능한 타임머신을 현실로! 세계 최초로...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공기보다 무거운 기계의 비행은 비현실적이다. 완전히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해도." 

19세기의 위대한 과학자인 존스홉킨스 대학 천문학 교수사이먼 뉴콤은 비행기의 가능성에 대해 이렇게 일갈했다고 한다. 그의 주장이 실린 칼럼이 1902년이었다. 그리고 겨우 1년 뒤, 오빌과 윌버 라이트 형제는 이 위대한 과학자가 틀렸음을 입증했다. 


로널드 물렛의 책 '시간 여행자'는 대략 위의 에피소드로 시작한다. 저자가 말하려는 것은 분명하다. 지금 시간여행에 대해서 여러분이 어떻게 생각하든 그것은 현실이 되었다고. 

이 책은 일종의 자서전이다. 1945년에 흑인 전기공의 아들로 태어난 물렛은 10살 때 심장마비로 죽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으로 시간여행에 집착하게 되고, 그 집착은 그를 물리학 학자로서의 명예도 안겨주지만, 깊은 우울의 늪으로 빠뜨려 가정을 잃게도 한다. 결국 그는 2002년 시간여행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중요한 논문을 발표하고 이후 지금까지 이를 입증할 실험과 기기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시간 여행의 이론 토대는 대부분 일반 상대성 이론에 근거하고 있다. 중력이 질량에 근거하는 힘이라는 기존의 통념을 공간의 휨으로 설명하면서 물질에 대한 속박에서 벗어나게 한 일반 상대성 이론. 그 휜 공간에 이르면 빛 역시 휘어진다는 사실에서 물렛 박사는 인위로 빛을 휘게 하면 중력장을 만들 수 있고 그 중력장에서는 닫힌 시간 고리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시간 여행의 열쇠는 '닫힌 시간 고리'에 있다. 보통 시간은 되돌릴 수 없이 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를 두고 선형 진행이라고 하기도 하고, 이런 시간의 흐름을 직선으로 표현한다. 그러나 이 시간 선이 휘어져 있거나 고리를 만들고 있다면 그건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얘기다. 물리학을 폼으로 다닌 나로서는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얘기가 많았지만 그래도 흥미로웠던 것은 시간여행의 이론 토대가 이미 1915년에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중력장을 휘는 데에 사용하는 레이저가 그보다 훨씬 이후에 나온다는 것만 빼면 시간이동에 대한 대부분의 이론 분야의 고민과 증명은 일반상대성이론의 방정식의 해로서 완성된다. 


물렛 박사의 자서전 형식으로 되어 있고 상당량 물리 이론에 대한 설명들이 비집고 들어오지만 이 책은 상당히 재밌다. 물렛 박사의 실제 강의가 궁금할 정도로 어려운 양자 역학, 로렌츠 방정식, 슈레딩거 방정식, 일반 상대성 이론, 기준틀 끌림 등의 중요한 개념들을 이해하기 쉬운 비유로 설명한다. 또 하나 재미 있는 요소는 박사 자신이 꿈을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한 여러 문학, 영화, 철학들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그 중에서도 간간히 소개되는 미국 SF 콘텐츠들은 미국 헐리웃의 유산이 어디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지를 알게 해줬다.  

나야 시간여행에 대한 기억을 거슬러 올라간다고 해도 조지 웰스의 타임머신이나 백 투 더 퓨처, 혹성탈출 정도인데, 저자가 소개하는 책과 TV 시리즈(환상 특급 같은), 코믹스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이미 이런 주제는 1900년대 초반에 무수히 반복되었던 주제였던 걸 알게 됐다. 


참, 물렛 박사의 장비는 현재 소립자를 과거의 공간으로 이동시키는 식으로 신호를 과거로 보내는 단계를 실험하고 있다고 한다. 소립자가 이동을 할 수 있다면 그 후에는 에너지와 장비의 규모 문제라고 한다. 단, 기계가 작동을 시작한 시점까지 밖에 거슬러 가지 못한다는 제약을 안고 시작하는 것이지만 시간 여행이 상상 속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꽤 충격이었다. 아마도 시나리오 작가와 같은 창작자들은 이제 시간은행이 이야기의 소재나 게임의 규칙과 같은 설정으로서가 아니라 그 윤리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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