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 시리즈 보는 중이다. 요즘은 해맑은 영화를 봐도 뭔가 작정하고 보는 게 힘이 드는데, 성폭행 소재 영화를 내리 보려니까...
한 아이가 성폭행을 당한 후 거리에 버려진다. 아이의 엄마는 범인을 잡기 위해 발을 구르는데, 경찰은 수사를 빙자해 아이에게 상처를 줄 뿐이다. 보다 못한 아이의 엄마가 범인을 추적해 신고하지만 경찰은 그나마도 놓치고 만다.
특이하게도 영화는 시간 순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엄마가 범인을 부여잡고 안간힘을 쓰는 장면 다음에는 엄마가 보험 외판을 하느라 하교하는 아이를 마중나가지 못하고 그 사이에 아이가 유괴되는 사건이 이어진다. 이후에도 아이가 성폭행을 당하는 시각 이후의 상황과 범인을 추적하고 놓치는 과정이 나란히 제시된다.
이 구성의 효용이나 의미는 잘 모르겠다. 만약에 시간 순서대로 제시했다면 어땠을까? 일단은 분량이 상당히 늘어났을 수도 있겠다. 시간축을 허물고 결과 부터 보여주기 때문에 그 사이에 자잘한 상황들은 대부분 생략이 된다. 대신 감정을 빚어내는 장면들이 몽타쥬 처럼 들어간다. 지금 읽고 있는 <시나리오 가이드>의 분류로 따지자면 전후 맥락 없이도 긴장과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객관적 드라마'를 제시하면서 시작하기는 한다. 그러나 관객의 참여까지 유발하는, 참여로 인해 증폭되는 '주관적 드라마'를 이끌어내는지는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