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년이 되는 해 아버지는 아들에게 집안 내력을 알려준다. 이 집안 남자들에게는 시간을 여행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
그게 정확히 어떤 것인지는 불분명하게 나온다. 아들이 처음 그 능력을 동생의 친구를 꼬시기 위해서 쓸 때를 보면 과거의 어느 특정한 시기로 돌아가 새롭게 살아가게 만드는 것 같다. 그러나 후반에 동생을 데리고 과거로 돌아가서 동생의 첫사랑에게 주먹을 날리게 하고 돌아오는 것을 봐서는 어떤 시점에서 과거로 갔다가 다시 현재로 돌아올 수 있는 것도 같고. 아무튼 이 집안 남자들은 이 능력으로 아주 특별한 삶을 살게 된다. 남자 주인공인 빌 나이는 도시로 옮긴다. 변호사가 되기까지 그는 변변한 연애도 하지 못했다. 그러다 운명의 여자를 만난다. 그러나 심술궂은 집주인의 지청구를 들어주느라 여자와 만났던 과거를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만다. 남자는 여자를 만나기 위해 몇 마디의 대화를 근거로 여자를 추적해 만나게 되지만 여자는 이미 다른 남자가 있다. 남자는 다시 여자가 다른 남자를 만나기 전으로 돌아가, 어렵사리 여자와의 만남을 이어간다. 소소하게 연애담이 이어지던 중 동생의 불행을 보고 과거를 바꾸려는 남자의 노력이 이어진다. 그러나 그것이 자신의 아기까지 바꾼다는 것을 알고는 과거를 맘대로 바꿀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가장 큰 딜레마는 아버지의 죽음과 함께 찾아온다. 남자는 계속 과거로 돌아가면서 아버지와의 만남을 이어가지만 아이가 태어난다면 다시는 아버지가 계시던 시간으로 갈 수가 없다. 결국 남자는 인생에서는 묵묵히 견뎌야 할 시간들이 있다는 것을 깨달으며 영화는 끝난다.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한 것 중에 재밌었던 것은, 아이러니지만 시간 여행이란 소재에 그다지 천착하지 않은 얘기들인 것 같다. <나비 효과>도 그렇고, <시간 여행자의 아내>도 그렇고, <나인>도 그렇고 이 영화도 그렇고, 시간 여행이라는 능력은 그저 주워진 어떤 신비의 영역으로 놔두고 인생사에 집중했을 때 정말 괜찮은 감정을 만들어내는 것 같다. 물론 그 판타지를 자연스럽게 도입하는 것도 상당히 어려운 일이긴 하다.
그 판타지의 설정을 과감하게 도입부에서 관객들에게 툭 던져준 뒤에 이 영화는 곳곳에 사랑과 인생에 대한 통찰을 담기로 작정한 듯 보인다. 처음 여자를 꼬시기 위해서 능력을 쓸 때, 남자 주인공은 여자가 남자를 정말 좋아한다면 지금 당장 yes라고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 외에는 모두 핑계라는 것도. 후반부 아버지가 죽기 전에 남긴 유언을 가지고 온전히 하루를 살아보면서 남자가 삶의 방식, 태도에 어떤 성찰을 하는 것처럼, 판타지의 종착지를 현실의 성찰로 이어주는 솜씨가 뛰어나고 작가의 시점이 따뜻하다. 대단한 플롯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시간 여행이라는 것이 누구나 다 꿈꾸는 것임을, 그리고 그 사람들 만큼이나 다양한 서사가 나올 수 있음을 확인해준 영화다.
'리뷰 >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0) | 2014.09.03 |
---|---|
더 시그널 (0) | 2014.09.03 |
데스 센텐스 (0) | 2014.08.23 |
잔혹동화 : 헌팅 오브 헬레나 (0) | 2014.08.22 |
우는 남자 (0) | 2014.07.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