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

버드맨

자카르타 2015. 7. 5. 00:05



버드맨 (2015)

Birdman 
7.4
감독
알레한드로 곤잘레츠 이냐리투
출연
마이클 키튼, 에드워드 노튼, 엠마 스톤, 나오미 왓츠, 자흐 갈리피아나키스
정보
코미디, 드라마 | 미국 | 119 분 | 2015-03-05
글쓴이 평점  


요즘 시놉시스와 트리트먼트, 시나리오에서 각각 어떤 것을 중점으로 다뤄야하는지 의문이다. 아래 시놉시스를 보고도 영화 제작자는 이 영화를 선뜻 제작하기로 결심할 수 있었을까? 이 영화의 어떤 것이 제작자의 마음을 끌 수 있었을까? 5분 피치를 한다고 하면, 난 이 영화를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왕년에 히로우물에 출연해서 인기를 얻었지만 퇴물이 된 리건은 연극 무대를 통해 재기하려고 한다. 그러나 그는 딸에게는 존재감이 없는 아버지이고, 조연으로 캐스팅한 젊은 배우는 리건의 받아야 할 스포트라이트를 독식하고 있다. 내연녀인 동료 배우는 임신 소식을 알려오고, 언론과 평단에게 리건은 그저 액션 배우일 뿐이다. 설상가상, 과거 약물중독의 후유증인지 그는 자신이 연기했던 버드맨이라는 캐릭터의 목소리를 듣고 산다. 리건은 자신이 초능력이 있다고 믿고 있기까지 한다. 


이렇게 설명하면 이 영화의 정수를 알려준 셈일까? 아니다. 이렇게 얘기해서는 이 영화가 가진 매력을 예측할 수가 없다. 리건과 마이크가 처음으로 만나 연기 대결을 펼치는 장면의 긴장감이나 마이크가 샘에게 추파를 던지며 농짓거리를 나누는 장면의 달착지근함도 느낄 수가 없다. 무엇보다 리건의 갈등을 드러낼 수가 없다. 리건이 술집에서 평론가에게 분풀이를 하는 장면이나 그 후에 자살을 기도하고 판타지가 펼쳐지는 장면 그리고 마지막 그가 자살을 기도할 때의 긴장을 드러낼 수 없다. 시놉시스나 피치에서 이런 얘기들을 다룬다면 그건 그저 에피소드처럼 여겨질 게다. 그러나 영화는 이들 사건들이 리건이라는 인물의 내면을 더욱 더 깊이감 있게 묘사하게 만들고 있다. 


다시 한 번 시놉시스를 읽어본다. 과연 무엇을 볼 수 있을까? 어떻게 시놉시스를 써야할까? 비트는 시놉시스에서 구현될 수 있을까? <버드맨>에서 작가가 하려는 얘기는 뭐고, 관객들은 어떤 것을 얻어가는가? 나는 무엇을 느꼈나? 우선은 형식미다. 마치 원씬 원테이크로 찍는 듯한 기법은 그 자체로 현장감을 주면서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정교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고공그네타기를 보는 것만 같다. 게다가 매 장면에 비트가 있다. 비트, 비트... 



시놉시스

1. 한물 간 헐리웃 스타 리건 톰슨은 연극 공연을 통해 재기를 꿈꾼다. 그러나 함께하는 남자 배우의 연기가 엉망이다. 우연인가? 리건의 초능력인가? 그 남자 배우가 사고로 공연에서 빠지게 된다. 대신 그 자리에 마이크라는 젊은 배우가 들어오게 된다. 그는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 빚을 내 마이크를 영입하기로 한다. 마이크는 리건의 딸 샘과 신경전을 벌이고 리건의 내연녀이자 함께 공연하는 배우는 임신사실을 털어놓는다. 

2. 프리뷰 공연 때 술에 취해 공연을 망친다. 리건은 마이크를 자르려고 하지만 대안이 없다. 구슬리려고 술집에 데려갔다가 유명한 평론가를 만난다. 술집에서 돌아온 리건은 딸 샘과 말싸움을 벌인다. 샘은 이번 공연이 전혀 무의미하며 리건의 존재감 조차 없다고 단언한다. 

3. 두번째 프리뷰에서 마이크는 상대역과 실제 정사를 벌이려고 시도한다. 공연은 성공한다. 마이크는 샘과 첫 대화를 나눈다. 그러나 언론은 마이크만 주목한다. 로건은 공연을 엎으려고 하는데 매니저의 꼬임에 넘어간다. 마이크와 샘의 정사. 리건은 공연 중 실수로 대중 앞에 속옷을 노출하는 해프닝을 벌인다. 덕분에 언론의 주목을 받는다. 

4. 그날 술집에서 평론가를 만난다. 평론가와 입씨름을 벌인 리건은 술에 취해 거리에 널브러진다. 그의 내면의 목소리 '버드맨'의 꼬임에 넘어가 건물 옥상에서 자살을 기도한다. 그의 상상 속에서 비행을 만끽한 후 그는 공연장으로 복귀한다. 

5. 그의 공연은 흥행을 이룬다. 그러나 마지막 장면에서 그는 진짜 총을 발사한다. (어쩌면 그건 공포탄일지도 모른다. 마지막 붕대를 벗긴 그의 얼굴에 화약 자국만 있는 걸로 봐서는 공포탄임에 틀림 없다.) 그리고 그는 명성을 얻는다. 그는 병원에서 다시 '버드맨'을 만나고 창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다. 아버지를 찾아 창문 밖을 보던 샘은 환하게 웃음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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