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2008년 금융위기를 예로 들면서 어떻게 고도의 기술을 갖춘 (금융) 전문가들의 예측이 틀릴 수 있는지를 설명한다.
그들은 예측 가능한 위기와 예측이 불가능한 '불확실성'을 구별할 수 없었다고 한다. 네이트 실버가 금융 위기를 초래한 거대 금융사들의 도덕적 해이를 변호하려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예측에 있어 인간형을 두 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편견과 독선을 가지고 자신의 예측을 확신하는 고슴도치형 인간과 0과 100퍼센트 사이의 다양한 상황이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고 이를 두루 고려하는 여우형 인간이다. 2008년 금융권의 전문가들을 비롯해 요즘 종편에서 목청을 돋우며 확신에 찬 예측을 남발하는 이들은 대부분 고슴도치형 인간에 속한다.
저자는 고슴도치형 인간들의 예측이 분야를 막론하고 주사위를 던지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닌 적중률을 보이고 있음을 실증한다. 그럼에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런 확신에 찬 주장들을 더욱 더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네이트 실버는 우선 정확한 예측을 위해서는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은 나날이 불확실성이 높아져가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확한 예측을 하기 위해서는 지속해서 자신의 가설을 정정해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저자는 이를 위해서 베이즈정리를 제안한다. 베이즈 정리는 초기의 가설과 특정한 상황에서 발생한 사건의 확률을 종합하는 함수이다. 새로운 상황이 벌어지면서 이 수치는 점점 보정을 하게 되고 현실에 적용할 정도의 정확성에 수렴하게 된다.
야구 선수 트레이드를 위한 예측, 농구경기 승패 예측, 포커 게임, 선거 결과 예측, 지진과 기상 예측, 심지어는 테러 예측까지 다양한 상황에서 베이즈 정리는 통용될 수 있다. 그것은 베이즈 정리가 무결점의 고도의 비법이어서가 아다. 현재 통용되는 상식과 맥락에 대한 이해에 근거해 예측을 하고 새로운 상황을 맞닥뜨릴 때마다 가설을 수정해나가야 불확실성을 극복할 수 있다는 아주 소박한 진리 때문이다.
소음 속에서 신호를 구별하는 탁월한 통찰을 기대했던 독자라면 실망했을 수 있지만, 이 책의 어느 구절처럼 '자신은 편견이 없다고 생각하는 가장 큰 편견'을 깰 수 있는 성찰을 얻는다면 그것으로 족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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