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톤먼트 (2008)
Atonement





- 감독
- 조 라이트
- 출연
- 제임스 맥어보이, 키이라 나이틀리, 로몰라 가레이, 시얼샤 로넌, 바네사 레드그레이브
- 정보
- 로맨스/멜로, 드라마 | 영국, 프랑스 | 122 분 | 2008-02-21





인터넷 창을 쪽거울 삼아 제 얼굴을 들여다보는 짓을 그만 할 때도 됐지만, 퍽이나 종종 과거의 찌질했던 기억들은 지금의 내가 조금이라도 괜찮은 사람이 되었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잊을만하면 그런 기억이 다시 분출하고 마는 건 그 당시 내 실수나 잘못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았거나, 그에 해당하는 책임을 제대로 지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도를 따지자면 사과를 하더라도 내 알량한 결벽을 위해 상대가 전혀 원하지 않았던 방식을 고집했던 경우가 더 심하게 오글거리게 한다. 여전히 상상 만의 속죄는 전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내 모습을 봐도 그렇고 요즘 스스로 신으로부터 용서를 받았노라 자처하는 사람들을 보면, 때로는 침묵하는 것이, 묵묵히 비난과 오명을 감내하고 그 모습이 나의 일부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야 말로 속죄의 지름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atonement>를 보고 '속죄'의 방식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 건 아니다. 영화를 보고 난 직후는 그 보다는 극중의 작가가 만들어낸 두 연인의 해피엔딩에 온기를 느낀다. 자칫 극중 작가의 상상 속의 속죄가 기만으로 읽힐 수 있었음에도 이야기가 이렇게 따뜻한 온기를 남기면서 끝낼 수 있었던 것은 영화의 하이라이트에 놓인 세 사람의 만남 장면이 여전히 주인공의 속죄에 초점을 맞춰놓고 있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상상 속에서나마 피해자의 분풀이를 거듭해 당하는 수모를 거듭했었던 것이 이미 속죄를 위한 조건을 충족시키지 않았을까?
속죄와 용서하면 떠오르는, 늘 가장 기억에 남는, 가장 그럴 듯한 신의 용서는 엔도 슈샤쿠의 <침묵>의 한 장면이다. 신앙을 저버리고 신부들과 동료 신자들을 밀고한 남자에게 신부는 이렇게 얘기한다. '예수의 초상을 밟는 순간 네 발이 아팠을 것이니 그것으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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