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

간신

자카르타 2015. 8. 14. 11:01



간신 (2015)

The Treacherous 
7.2
감독
민규동
출연
주지훈, 김강우, 천호진, 임지연, 이유영
정보
시대극, 드라마 | 한국 | 131 분 | 2015-05-21
글쓴이 평점  


최근에 본 비슷한 두 영화 <순수의 시대>와 <간신>이 남녀의 사랑을 그리는 방식이 흥미롭다. 두 영화는 남자가 사랑에 빠지는 동기를 과거의 기억에서 찾고 있다. 사랑의 동기는 그렇게 과거의 기억을 레퍼런스로 삼아야만 하나?대부분의 현실이 그렇지 않은데 유독 영화에서 이런 장치들을 사용하는 것은 플롯을 짜는 작가의 일종의 태만일 수 있다.  


<순수의 시대>에서는 어머니에 대한 신하균의 기억을, 장혁이 미끼로 이용한다는 면에서 그 플롯이 참신한지 탁월한지 여부와는 상관없이 인과관계를 갖춘 우연요소(아리스토텔레스의 식으로 얘기하자면 '화음 속 불협화음')를 만들어 내는 적절한 장치로 기능하는 것과는 달리, <간신>에서는 굳이 과거의 기억에 의존해야 했을지 의문이다. 아마 작가는 임승재와 단희의 부모가 권력의 희생양이 되는 - 같은 시원을 공유케 하려는 의도였겠으나, 대신 다르지만 마찬가지인 경험을 서로에게서 확인하고 공감과 연대에서 비롯되는 사랑을 그렸다면 어땠을까? 


과거의 기억을 드러내면서 영화는 쉽게 나아가지 못한다. 단희가 아버지의 빚을 갚으려는 목적이 아니라 다른 목적-왕을 시해하려 한다는 사실이 암시되고, 이후 두 차례 단희의 시해 시도가 무산이 되면서 극의 긴장이 무뎌지고 지루해졌다. 


이 긴장과 함께 단희에 대한 임승재의 사랑은 뚜렷한 갈등 요소를 만들어 내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연산군에게 아첨하는 것이 자신의 영달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그 나름의 복수인 것인지 분명치가 않다. 이를 분명하게 할 수 있는 것은 단희가 시해를 기도하고 있음을 알고 이에 대한 임승재의 태도일 텐데, 사랑하는 여자가 자신의 토대를 무너뜨리려고 할 때 느낄 수 있는 갈등이 상당히 모호하게 처리된다. 


그러나 이런 플롯상의 모호함을 감출 수 있는 장점이 꽤 많은 영화다. 그래서 더더욱 플롯이 아쉽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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