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책

진단명 사이코패스

자카르타 2016. 3. 9. 22:27




사이코패스를 결정하는 것은 유전일까? 환경일까? 환경을 강조하는 이들은 '사회병질자'라는 용어를, 유전의 영향을 강조하는 이들은 '사이코패스'라는 용어를 고집한다고 한다. 책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의 저자는 유전의 영향을 강조한다. 이 책의 후반에 '꼬리표 윤리'라는 장(11장)에서 언급하듯이, 유전의 영향을 강조하는 것이 '낙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저자도 충분히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저자는 낙인 효과로 인한 인권의 침해보다는 경계에 방점을 찍고 있다. 


저자는 사이코패스의 정의를 연쇄살인범 같은 중범죄에만 국한시키지 않는다. 저자가 만든 사이코패스 진단툴 PCL-R을 소개하며 충동성, 공감 부재, 사기성, 낮은 신뢰도, 과대 망상 등을 특징으로 하는 사이코패스들이 뉴욕에만해도 10만 명, 북미에는 300만 이상이 있을 것으로 추산한다. 저자에게는 이렇게 우리 주변에 숨어 있는 사이코패스들이, 연쇄살인범 못지 않게, 어쩌면 그 이상으로 큰 해악을 끼치고 있다고 주장한다. 책의 대부분은 이처럼 우리 곁에 숨어 있는 '사이코패스'들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그들의 특성 - 감정, 대인관계, 생활 방식, 범죄의 유형 등을 소개하고, 이들에게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 이들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각심을 강조한다고는 하지만 사실 저자로서도 뚜렷한 대안은 없다. 그가 유전의 영향을 강조한 이유도 여러가지 치유를 위한 프로그램들이 사이코패스의 경우 거의 소용이 없었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앞에 열거한 특성들을 보이는 사람을 만났을 때 주의를 할 것이며, 피해를 당한다 하더라도 자책하지 말 것을 강조하는 수준에 그치면서, 대안에 대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말로 끝을 맺고 있다. 


사이코패스의 정의를 크게 확장시켜 놓았지만, 뚜렷한 주장에 비해 근거는 희박한 셈이다. 뇌에 정상인과는 다른 이상이 발견된다는 것을 지적하지만 그게 전적으로 유전의 요인인지, 환경에 의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규정을 하지 않는다. 기존의 여러 범죄자들을 그저 사이코패스로 용어만 바꾸어 놓으면서 그들에 대한 사회화의 노력을 포기하게 하는 논리로 사용될 위험도 있다. 과잉행동장애(HDMA)처럼 그저 정신의학계에서 필요에 의한 용어가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든다. 특히 유전적 요인을 강조하면서 어린아이 사이코패스를 소개하는 부분에 이르면 자연스레 이 책의 주장에 반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TV를 보면 도대체 이해되지 않는 폭력들이 점점 늘어만 가는 것 같다. 365일이 '개 같은 날의 오후'가 돼 가고 있는 것 같다. '사이코패스'라는 용어는 이런 현상을 상당히 명쾌하게 설명해주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그 명칭 뒤에 진단과 대안이 부재한 것 또한 사실이다. 제임스 팰런의 <괴물의 심연>에서도 다른 병질과는 달리 사이코패스는 원인에 대한 규명과 그로 인한 병증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음을 지적하고 있듯이, 아직 연구 중인 분야임을 고려한다면 이 책의 주장은 선별해서 받아들여야 할 듯 싶다. 


밑줄 https://goo.gl/photos/qTJgbC1yCApBYJv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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