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왜 사이코패스가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등극하게 되었을까?
- 요즘이라니? <악의 교전> 말고도 그런 이야기들이 또 있어?
- 뭐 조금 지났지만 <덱스터>도 그렇고, '한니발 렉터'도 그렇잖아. 그 밖에도 평범한 논리가 윤리를 뛰어넘는 악당들이 주인공인 영화나 미드도 꽤 되고 말야. 아, <하우스 오브 카드>의 케빈 스페이시도 화이트 칼라 사이코패스 아닐까?
- 글쎄 사이코패스인지는 잘 모르지만, 하여튼 유능한 악당들이 주인공이 되는 흐름이 있는 것 같기는 하다. 최근 만의 일은 아닌 거 같아. <오델로>도 있으니까.
- 그렇네. 아무튼 악당들이 주인공이 됐을 때 시청자들은 어떤 것에서 쾌감과 재미를 느끼지? 아니면 고통 뿐인가? <악의 교전>에선 어땠는데? 뭐가 재밌었어?
- 음... 작년에 <제노사이드>라는 책을 읽었거든. 인종 청소를 다루고 있는데 그 한편에는 새로운 종의 출현도 이야기하고 있거든.
- 아, 그래? 새로운 종이라. X-man같은 건가?
- 뭐 그런 셈이야. 상당히 다르지만. 그 새로운 종이 우리로부터 어떻게 진화했을지를 보는 게 상당히 신선했는데, <악의 교전>도 비슷했던 거 같아.
- 사이코패스가 새로운 종이란 얘기야? 그런 얘기를 본 것 같기도 하다. 사이코패스가 인간 종의 진화의 산물이라고.
- 응 맞아. <천재의 두 얼굴, 사이코패스>라는 책에도 그런 얘기가 나오는데, 인간종이 다른 종과의 다른 부족과의 전쟁에서 이길 수 있었던 것도 사이코패스의 존재 때문이었을 거라고 추측하더라고. 아무튼 그럼에도 사이코패스란 존재는 상당히 낯설잖아. 그런 낯선 존재, 괴물이랄 수 있는데 그 괴물의 시각에서 그 심리를 보여주니까 그게 새로웠던 거 같아.
- 그런데 사이코패스의 범죄는 어떤 이유가 없는 거 아니야? 그의 심리에서 뭐 새로운 것이 있어?
- 모든 동기를 지배하는 건 권력 의지인 거 같아. 여기 주인공 하스미도 자신의 왕국을 완성하기 위해서 그렇게 많은 살육을 벌이거든. 영화에서 다루지 않은 미국 금융계의 얘기도 책에는 나오는데 거기서 승승장구하다가 쫓겨나게 되는 것도 자신이 그 세계를 정복하려고 하다가 들키게 되서 거든.
- 권력 의지라... 그건 누구나 다 가지고 있는 거잖아. 사이코패스는 그걸 실현하는 과정이 남다르겠지?
- 응 그게 상식을 뛰어넘는게 흥미로웠어. 보통 사람들은 힘을 쟁취하기 위해 실력을 행사하는 순간에도 여러가지 갈등 요소가 있잖아. 이게 들키면 어떡하나? 리스크를 감수 할 가치가 있을까? 사람을 죽이다니! 물건을 훔쳐서는 안 돼! 뭐 등등 말야.
- 윤리 의식 혹은 법 감정이라고 해야하나? 다른 식으로 얘기하면 타자의 시선을 상당히 의식한다는 건데. 사이코패스는 그런 게 없다는 거지?
- 아, 그렇게 생각하면 좀 이상하기는 하다. 하스미가 범죄를 저지를 때마다 까마귀의 시선을 느끼거든, 게다가 학생들을 학살할 때 엽총에 인격이 생기면서 대화도 하고 말야. 이 분열도 그렇고 살인할 때 망설이는 장면이 두 번 있는데 고등학교 때 유미라는 여자친구와 학교 선생일 때 사귀고 있던 여학생을 죽일 때 망설이게 되거든, 이런 걸 보면 하스미는 완전한 사이코패스가 아닌건가? 의심이 들기도 하네.
- 뭐 사이코패스에 대한 정의 자체가 아직도 모호하니까.
- 그렇지. 중요한 건 감정의 회로가 일반인들과는 다른, 그래서 폭력과 사기 행각을 얼마든지 이어갈 수 있는 존재를 밀착해서 보여줬다는 게 이런 작품의 특징이자 매력이 아닐까 해.
- 사이코 패스를 분별하기 위해서 사이코패스 서사를 즐기는 건가? 왠지 게임이나 놀이가 어린 유인원이 사냥을 연습하는 용도라는 논리 같은데.
- 하하 그렇게 되나? 농담처럼 얘기했지만 그것도 일리가 있다. 서사란 언제나 시뮬레이션의 기능을 가지고 있으니까. 불안한 세상에서 가장 불안한 상상을 하는 것이야 말로 상상력이 할 수 있는 위로와 대안일 수 있지.
- 왠지 우울한데. 난 안 읽어봤지만 끝도 이상하다며?
- 응 상당히 우울하지. 그런데 좀 이상한 게 있어.
- 뭐가?
- 보통 이야기 같으면 마지막에 생존하는 사람이 주인공이 되잖아. 그래서 그 사람이 잘 피하게 되는가가 감상의 핵심이 되잖아.
- 음... 그런가?
- 안 그래?
- 아니 사실은 주인공은 절대 죽지 않는 거 아냐. 그러니까 요즘은 그런 정형에서 탈피하려는 서사들도 꽤 있고 말야.
- 그렇긴 하지. 그런 시도로 본다면 <악의 교전>도 그런 류라고 할 수 있어. 소설보다는 영화가 더 하지. 생존할 주인공에 대한 배려가 다른 작품들에 비해 현저히 부족하단 말야. 난 그 이유가 악당인 하스미가 주인공이 되고, 그의 심리까지도 보여주는 전지적 시점 때문이라고 생각해.
- 만약에 주인공 학생들의 시점을 일관했다면 어땠을까? 하스미가 주는 공포가 더 크지 않았을까? 그건 어떻게 생각해.
- 아, 이건 좀 우스운 이야기인데, 원작도 그런지 번역의 실수인지 모르겠는데, 앞부분에 하스미의 심리를 보여주는 대목에서 '나'라는 주어가 나와, 전지적 시점이라면 '그'여야 하잖아.
- 아니 전지적 시점이라도 생각의 주체가 '나는 어때'라고 생각할 수 있지.
- 아, 따옴표 처리가 없이 그렇게 써서 이상했나보다.
- 음, 그렇다면...
- 아무튼 그래서 더욱 시점에 대해 예민하게 보게되었는데, 나도 그런 생각이 들었어. 과연 하스미라는 괴물 - 겉으로는 훌륭한 교사의 모습을 학생의 시선에서 담고 그의 폭주도 기록했으면 어땠을까 하고 말이지. 아마 작가도 그런 고민을 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그랬을 경우 몇가지 난점이 있어.
- 내가 알아맞혀 볼게. 아마 주인공의 과거나 혼자서 저지르는 악행들을 담지는 못했겠지.
- 응 그거야. 2학년 1학기와 여름방학에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지만 그 사이사이에 하스미의 과거, 그리고 다른 학생들과 은밀하게 꾸미는 계략들이 상당하거든. 그걸 다 한 학생의 관점에서 다루거나, 3인칭 시점에서 다루기는 어려웠을 거야.
- 그래도 왜 전지적 시점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데?
- 그건 아마도 이 낯선 종의 행동이 일반 상식으로는 종잡을 수 없었기 때문은 아닐까? 결국 무성히 추측을 하게 하는 대신 작가가 보여주자 생각하지 않았을까?
- 그러면 이 책으로 이 사이코패스에 대한 이해는 좀 더 깊어진 거야?
- 글쎄 잘 모르겠어. 최근에 사이코패스에 대해서 여러 책을 읽어서 공감을 못하는 것과 상대의 마음을 읽는 것의 차이는 알겠는데 그래도 여전히 어려워.
- 그렇군. 나중에 또 알게 되는 게 있음 알려줘. 아! 이만 가봐야겠다. 너무 늦었어. 나 먼저 갈게.
- 응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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