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책

쌍전

자카르타 2016. 4. 20. 15:16




저자는 중국의 문화를 원형과 위형으로 나눈다. 위형은 본류인 원형으로부터 멀어지면서 타락, 오염되었음을 말한다. 저자는 중국의 문화를 압도하는 것이 위형이라고 평가하는데, 거기에 바로 <수호전> <삼국지>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다. 


<쌍전>은 이 두 고전이 어떻게 중국인들의 정신세계를 타락시켰는지를 비판하고 있다. 1부와 2부를 나누어 앞에서는 <수호전>을, 뒤에서는 <삼국지>를 다룬다. <수호전>의 가장 큰 해악은 목적에 의해 무조건 폭력이라는 수단을 정당화 하는데 있다. 실상 그 혁명이라는 것도 양산박 패거리들만을 위한, 그 울타리 밖의 인민은 전혀 고려치 않은 것이어서 이 혁명의 수행 과정에 무차별,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한다. 패거리 문화는 <삼국지>에서도 마찬가지다. 대의를 위해 도원결의를 했지만 여기서 '대의'는 결의에 참여한 이들 패거리의 '이득'을 추구하는 것뿐이라고 한다. 유비가 유가의 도리를 가장하며, 또 눈물을 흘리면서 도의를 얘기하면서도 '유비의 땅은 죄다 눈물로 얻었다'는 비아냥 섞인 속담이 나올 만큼, 배신과 술수를 일삼았다고 한다. 그들만의 혁명. 그들만의 대의는 국가의 제도가 제대로 구실을 하지 못하던 시절 민중들의 자구책으로 받아들여 졌으며 이것이 그후 중국인들의 사고방식을 형성하는데 크게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다. 그 밖에도 이 책은 '쌍전'이 여성에 대한 그릇된 관점을 심었으며 중국 정신에 본류인 성(성실, 정성)에서 사람들을 돌이켜 임기응변과 술수의 세계로 이끌었다고 주장한다. 


전부다 동의한다. 한때 붐이 일어 읽은 <삼국지>나 고미숙의 강력한 추천으로 읽은 <임꺽정>이나 - <임꺽정>은 <수호전>의 영향을 받은 책이라고. <쌍전>에 소개된 구절이나 내용을 보면 <임꺽정>의 폭력성과 전개 내용이 상당히 비슷한 듯 싶다. - 암튼 두 책을 읽으면서도 과연 이 책이 그렇게 바람직한 책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쌍전>의 저자가 조목조목 실랄하게 지적하는 바람에 통쾌하기까지 하다. 다만 <쌍전>의 내용은 당시 사고 방식에 따라 구성되었다 쳐도, 두 책이 그 이후 어떻게 고전으로 수용될 수 있었고 어떻게 위형의 문화로 구체화 됐는지를 좀 더 자세하게 다뤘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후반 <삼국지>를 분석하면서 관우와 재갈량이 민중으로부터 숭배되는 과정을 언급한 것이 그런 맥락일 텐데, 가장 유용한 분석, 비판은 이 부분이지 않을까 한다. 그럼에도 저자가 지적하듯이 쌍전이 위형으로 타락한 유교의 영향을 받아 써졌다면 중국의 위형 문화를 만든 혐의를 쌍전에 돌리는 것보다는 유교나 다른 사상의 영향을 좀 더 고려하는 것이 합리에 맞지 않을까? 문화콘텐츠란 시대를 예견하고 견인하는 역할도 하지만 대부분은 그 시대의 리트머스이자 거울에 불과하다는 생각이라, 저자의 쌍전 탓은 인과과 전도되거나 과도한 비판으로 비치기도 한다. 마지막 앞 장 '역사의 변질'에서는 요즘의 정치에도 빗대 볼 수 있는 얘기들이 있어 재밌다. 


중국의 정신의 핵심 중 하나가 '성'이라는 것 '성실'을 통해 '신심'과 만난다는 것이 내게는 가장 큰 수확이다. 저자는 기독교의 '이신득의 ; 믿음으로 의를 얻는다'와 '성'을 구별하려고 하지만 기독교에서 일상에서 영성을 구하는 태도도 이 '성'과 그다지 다르지 않을 듯 싶다. 세상 돌아가는 이치가 다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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