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장은 아브람이 엘람왕 그돌라오멜에게 잡혀간 조카 롯을 구출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엘람왕은 이 근방 일대를 장악했던 것으로 보인다. 다른 국가들이 12년 동안 섬기다가 떨어져나갔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야기는 제국 14년 차에 이탈국에 대한 정벌에 나선 장면들을 담고 있다.
하지만 과연 이 나라들이 지금의 '국가'에 해당하는지는 의문이다.
그 지역에 이렇게 많은 - 이 장면 당시 9개 나라가 전쟁에 참여하고 그 이전에 엘람의 연합국이 정벌한 족속만 해도 여섯에 달한다. - 국가나 족속들이 거할 수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그리고 '민족'의 개념이 없었던 시대라는 걸 생각하면 이 '족속'이나 '나라'는 그저 작은 성읍 단위의 부족장 정도가 아닐까 한다.
그런 의심을 확증케 하는 것은 이 제국의 종주국인 엘람을 한갓 집안의 수장인 아브람이 격퇴했다는 내용이다. 아무래도 여기 적힌 모든 족속이나 나라들은 아브람의 집안 규모와 거의 비등비등한 수준일 것이다. 후세에 이들을 조상으로 삼는 민족이 유래되었을지는 또 다른 얘기다.
멜기세덱이 등장한다. 그리고 십일조의 첫 사례라고 할 수 있는 장면이 나온다.
15장부터는 아브람의 자손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아브람이 자신의 상속자를 바꾼 것이 이스마엘에서 이삭으로 바꾼 것만 있는 줄 알았더니, 그 이전에 그의 수하 다메섹 사람 엘리에셀을 상속자로 정해두고 있었다는 내용이 나온다. 믿음의 합리화랄까? 미래를 준비하는 인간의 습성도 보이는 것 같고. 신의 약속과는 무관하게 미래를 준비하는 모습들이 보인다. 이스마엘에 이르면, 신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을 자의로 해석하고 멋대로 행동하는 모습들을 볼 수 있다. 나도 물론이다. 그러나 당장의 현실 속에서 본다면 그때 그때는 최선이었던 것처럼 느껴지는 행동들이다. 분별력이 필요하다.
언젠가 10절의 이야기를 두고, 아브람의 믿음이 작은 것에까지 철저하지 못했다는 투의 설교를 들은 적이 있다.
그리고 이 불철저의 대가로 그 뒤에 하나님의 저주가 따른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구절을 읽어보면 아브람의 불철저에 대한 신의 분노나 책망이라고 읽을 구석이 없다. 그렇다면 왜 낮에 축복한 신이 밤에 저주를 내렸을까? 그건 잘 모르겠다. 고난이 역사의 과정이라는 것일까? 고난이 연단이기 때문에? 아니면 이집트가 이스라엘 백성에게 인큐베이터 구실을 하는 것일까?
이 예언을 듣는 아브람의 마음을 생각해 본다. 당장 슬하에 자식이 없는 아브람의 처지에서 그의 자손들 수 십 만 명이 고난을 당한다는 것이 실감나게 전율케 하는 저주로 인식이 될까? 아니면 판타지 같은 축복처럼 느껴질까? 여기서도 예언의 이중성을 느낀다. 멕베스에게 내린 세 마녀의 예언처럼 예언 그 자체로는 축복과 저주의 이중성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 예언을 축복으로 혹은 저주로 만드는 것은 개인의 의지가 아닐까?
16장에서는 86세에 아들을 낳은 일이 기록되어 있다.
모두 사래가 초래한 일인데, 하갈이라는 인물에 대해 궁금해진다. 다른 성경 영화에서 묘사를 하듯이 하갈은 아리따운 여자였을까? 사래의 질투심 많은 성향으로 봤을 때 그럴 리는 거의 없을 것 같다. 오히려 자신의 종 중에서 가장 못생긴 여자를 아브람에게 줬을 공산이 크다. 하갈은 이런 주인의 심리를 잘 알고 있다. 종으로서 만이 아니라 여자로서 무시를 당했다고 생각하고 자존감이 무너져 내렸을 것이다. 그런데 임신을 했다. 사래가 어쩌지 못하는 기회를 틈타 하갈의 억하심정이 평소와는 다른 태도로 나타났고 사래는 이를 자신에 대한 무시와 하극상이라고 생각을 했을 것이다. 사래가 실제로 하갈에서 물리력을 행사했는지는 분명치 않다. 그러나 임신한 여자에게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평소에 주인인 사래는 종들에게 상당한 폭력을 휘둘렀을 가능성이 크다. 이 사실을 안 하갈은 사래가 아브람으로부터 전권을 위임 받자마자 두려움에 빠져 도망을 쳤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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