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

트리플 9

자카르타 2016. 5. 8. 21:21





이상하게 흡인력이 떨어진다. 경찰들은 범죄의 수렁에 빠져 점점 더 어려운 미션을 하달 받는다. 그들에게 미션을 내리는 것은 잔인하기 그지없는 러시아 마피아들이다. 잠시 주춤했을 뿐인데 벌써 동료 하나를 죽였다. 이들의 리더격인 마이클은 아들이 인질로 잡혀 있어 꿈쩍도 할 수 없다. (그런데 놈들은 왜 러셀을 죽인 거야?) 엄중한 경비를 뚫고 강도짓을 하기 위해 이들이 선택한 것은 동료인 경찰을 살해해서 트리플9 경보를 울리는 것. 희생양으로 새로 들어온 신참을 선택하지만 러셀의 유약한 동생 게이브 때문에 일이 틀어지고 만다. 


설정은 진부하지만 소재는 신선하다. 갈등 구조도 괜찮다. 동료를 희생양으로 삼겠다는 계획은 불법이기도 하지만 비열한 짓이기도 하다. 그런 짓을 감내하면서까지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만 일을 매듭지은 다음에 이들이 무사하리라는 보장도 없다. 케이트 윈슬릿의 연기는 이런 긴장을 탁월하게 만들어 낸다. 그런데 이상하게 재미가 없다. 왜지? 


영화를 소개받을 때 이미 줄거리를 알고 있어서 그랬나? 전적으로 그래서만은 아닐 게다. 브루스 윌리스가 귀신인 걸 알고 봤으면서도 <식스 센스>는 재미가 있었으니까. 이 감독의 전작 - 비슷한 형식의 <로우리스>를 보고 함께 분석을 해봐야겠는데, 어쩌면 딱히 누군가에게 감정이입이 되지 않는 구도여서일지도 모르겠다. 일단 주인공이 누구인지, 영화가 중반을 지나기까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아들을 인질로 빼앗긴 마이클일까? 그러기에는 그에게는 갈등이 부족하다. 그는 경찰을 살해한다는 것에 아무런 죄책감이 없다. 게다가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힐 일도 없다. 아버지로서는 공감의 여지가 있지만 그의 악행 - 금고 문을 열기 위해서 경비원의 발목을 자르는 짓을 서슴지 않는 모습을 보고 나면 그의 불행을 두려워 할 관객은 아마 아무도 없을 게다. 


희생양인 크리스를 죽이려고 데려가는 마커스는 어떤가? 그는 괴로워하기는 하지만 그게 어떤 행동의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는다. 그리고 무력하게 병상에 누워버린다. 희생양으로 끌려가는 크리스도 마찬가지. 서사는 그를 따라가기는 하지만 그의 의지로 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관객들은 그저 덫으로 끌려가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우연에 의해 그가 위기를 벗어나는 걸 볼 뿐이다. 마지막 위기마저 삼촌의 힘으로 벗어나는 걸 보면 작가는 그에게 주인공의 지위를 부여해 줄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쓰면서 정리가 되는 것이, 대부분 캐릭터들이 예기치 않은 죽음을 당한다. <워킹 데드>의 히로인 러셀이 허무하게 죽는 것을 시작으로, 가장 강력한 케이트 윈슬렛도 폭탄에 날아가버리고 리더 격인 마이클도 뒷통수를 맞는다. 감독은 긴장보다는 서프라이즈를 택한 셈인데 서프라이즈를 통해서 관계의 새로운 양상이 드러나지 않으면서 이런 방식이 서사의 추동력으로 작용하지 않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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