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책

동사의 맛

자카르타 2016. 5. 24. 22:46





'밥이 눌기 전에 불을 꺼라'

'언젠가 크게 데일 날이 올 거야'

'목 메여 울다'

'체중이 분 뒤로 우울해졌다'

'바쁘면 얼굴만 비추고 가'

'설레이는 마음'

'에둘러 가다' 

'우울할 땐 볕을 쬐여라'

'일에 치어 산다'


위 글은 모두 틀린 문장이다. 부끄럽게도 글을 써서 먹고 살자고 나선 자가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어디가 틀렸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동사의 맛>은 이렇게 사람들이 흔히 잘못쓰는 동사를 다룬다. 글을 쓰면서 좀 짬이 나면 이오덕 선생의 책이나 다른 '우리 글, 우리 문장, 우리 표현'에 대한 글들을 자양분 삼아 읽어야지, 하고는 있지만 좀처럼 실행에 옮기지 못하다가 이번에 동사를 전문으로 다루는 책이 나왔다기에 봤다. 2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는 여자와 남자의 실패한 연애에 대한 관찰기를 겸해서 설명하는 터라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2부는 서사가 없을 뿐 구성은 1부와 비슷하다. 


이를테면 동사 전문 사전인 셈인데, 헷갈리기 쉬운 동사들 짝을 지어 소개하기 때문에 더 유용하다. 한 번 봐서야 남는 게 있을리 없으니 책상머리에 두고두고 살펴봐야겠다. 각 항목 마다 그림으로 표를 그려서 제시했다면 더 좋았을 성 싶다. 하루에 한 장씩 그림을 그릴까 생각 중인데, 끝까지 할 것 같지 않다. 아무튼 오랜만에 언어 클리닉에서 종합검진 받은 것처럼 개운한 맛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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