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책

천일야화 1

자카르타 2017. 4. 1. 22:31


얼마 전 '비정상 회담'에서 파키스탄 사람이 인도 드라마가 보통 100회를 넘는다며 푸념한 적이 있는데, 잊고 있었지만 이미 인류는 천 일 회 연속 방영된 드라마를 갖고 있는 셈이지 않나? 


오래 전 <아라비안 나이트>라고 번역되어 온 책을 일 권 읽다가 말았는데, 이번에 작심하고 도전 중이다. 종종 우습게 본 고전들에게서 심상치 않은 내공을 발견하곤 한다. 아마 내 내공이 약간 늘어난 덕일 게다. 

이 책, 무엇보다도 액자구조로서 탁월한 기술을 곳곳에서 뽑내고 있다. 끝까지 액자 틀까지 신경쓰게 만드는 떡밥하며, 액자 안의 그림 속의 다른 그림을 배치하는 기술, 그리고 다음 회차를 기다리게 만드는 기술 등등. 

그러고보면 요즘 작가들이 아무리 시청률에 대한 압박을 느낀다고하지만 셰예라자데처럼 목숨줄을 내놓고 쓰는 건 아니지 않나? 재미가 없다면 당장 목이 떨어질 상황인데. 

간혹 나같으면 굳이 살려두지 않겠다 싶은, 재미 없는 밤도 한 두 밤 정도 있는데, 그것을 제외하면 정말 이렇게 재밌는 일일연속극은 전례를 찾아볼 수 없다.

그리고 이번에 안 사실인데, 전에 나왔던 - 그래서 천일야화의 원전처럼 여긴 책은 리처드 버턴의 판본이나, 외국에서 실제로 원본의 권위를 가진 것은 가장 먼저 천일야화를 쓴 앙투안 갈랑의 책이란다. 열린책들이 이 책이 판본으로 삼고 있는. 리처드 버턴이나 그 밖의 후발주자들은 19세기 낭만주의 시기에 억압된 사회에 대한 반발로 노골적인 장면들을 의도적으로 추가했다고.


'리뷰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천일야화 2  (0) 2017.04.16
은유의 마법  (0) 2017.04.10
7년의 밤  (0) 2017.03.27
우리는 왜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가  (0) 2017.03.12
두들 레벌루션  (0) 2017.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