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지/다시 읽는 성경

레위기 18~19

자카르타 2017. 4. 19. 12:56


레위기 18~19장

두 장을 시작하는 방식이 비슷하다. 먼저 선언을 하고 그에 따른 규례들을 열거하는 식이다. 

18장에서는 여호와는 너희의 하나님이다라는 선언이 제기된다. 종종 나오는 얘기지만 그럼 이전에는 이런 인식이 없었다는 건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요즘 읽는 에코의 이야기를 적용해 보면 야훼라는 의미를 설명하기 위해 '너희의 하나님'이라는 다른 해석소를 가져온다. 이와 더불어 이후 제시되는 다양한 조항들은 그 자체로 '문화의 단위'가 되면서 그 전체는 의미 체계를 이룬다. 

그럼 이런 의미 체계가 만들려고 했던 문화는 무엇이었을까? 그건 연역식으로 전개된 이 18장의 앞부분을 보면 된다. '야훼는 여호와'라는 선언 이후 가나안의 길로도 말고 이집트의 길로도 말고 하나님의 길을 따르라고 한다. 그러니까 이런 세세한 규율들은 모두 이집트나 가나안의 풍속에 대한 반작용이자 이와 구별되게 이루고자 했던 '하나님 나라'에 대한 시도인 셈이다. 

18장 마지막 부분에 가나안 풍속에 대한 경계가 다시 반복되는 것을 보면 이런 구조에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내 기억에 거의 처음으로 언급된 '동성애'에 대한 금지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 관점이어야 18, 19장에 나오는 얼토당토 않은 규율들을 현재에 맞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가령 '두 종류의 실을 섞어서 직물을 짜지 말라'는 등등. 

19장도 다양한 규율들이 제시된다. 이 장도 역시 '너희는 거룩하라. 너희의 여호와도 거룩하다'는 선언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그 거룩을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규율들이 제시된다. 

할 것과 말 것으로 구분되는 줄 알고 그렇게 나눠봤지만 그다지 좋은 구분이 아니다. 오히려 이 산만한 규율이 어떤 생활 문화 범주에 분포되어 있는지 구분하고, 이것이 앞서 나온 십계명과 어떤 위상차를 가지고 있는지를 보는 것이 좋겠다. 

시각장애인 앞에 장애물을 놓지 말라는 구절, 가난한 자를 위해 밭귀퉁이의 곡식이나 떨어진 이삭을 남겨두라는 구절들은 언제 읽어도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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