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위기 15장.
유출병과 설정에 대한 규례들이다.
유출은 하혈이 계속되는 증상이라고 하는데 죄다 의료 전문가의 설명이 아니라서 정확한 병명은 잘 모르겠다. 설정과 짝을 이루는 설명인 걸 보면 유출은 부인과 질병 혹은 (질병이라고 치부한) 증상인 것 같다. 설정은 사정을 얘기하는 듯.
두 가지 다 규례는 비슷하다. 유출과 설정하면 증상이 있는 동안 (혹은 그 증상이 발생한 날 저녁까지) 부정하다. 환자(?)가 접촉한 것과 접촉한 사람들도 부정을 탄다. '부정을 탄다.' 그러고 보니 이런 관습적 사고는 고대 문화에서 너무나 당연했던 것 같다.
요즘 틈틈히 에코를 읽고 있는데, 성경을 읽으면서 적용할 부분이 많다. 이런 규례 역시 기호 기능을 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다. 이 기호 기능이 지시하는 '부정'의 실체가 있고 없고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이 기호 기능을 유지하게 하는 코드의 기능을 하는 '관습적 문화'다.
이 관습적 문화의 총체를 살피는 것이 성경을 오늘의 관점에서 새롭게 이해할 단초를 제시해 줄 수 있겠다.
레위기 16장은 제사장이 속죄소 앞에 들어갈 때의 규례를 다룬다. 이 가운데 핵심은 제사장 가족의 속죄와 백성들을 위한 속죄다. 눈에 띄는 것은 회중을 위해 염소 두 마리와 양 한 마리를 바치는데, 염소 중 하나는 회막 앞에서 속죄제로 잡고, 다른 한 마리는 아사셀을 위하여 광야로 보낸다.
아사셀. 처음 듣는 단어다. 찾아보니 영어로 Azazel이라고 하는 이 단어는 광야에 사는 악령을 얘기한다고 한다. 그러니 속죄를 위해 신 앞에 제물을 드리되, 인간의 죄를 짊어진 염소는 악령에게 따로 보내는 거다. 투사 기제라고나 할까. 염소가 광야로 끌려갈 때 사람들은 자신들의 죄까지도 함께 보낸다고 느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