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TV소리

자카르타 2012. 4. 17. 01:09


저녁에 집에서 시나리오를 쓰는데 맞은편집에서 또 TV소리가 크게 들렸다. 

아마 전도사 가족이 사는 모양인데 그집은 종종 낮에는 찬송가 소리가, 밤에는 TV소리가 골목을 울린다. 

이사갈 때가 되서 그런 건가? 그 소음이 정감 있게 들렸다. 내가 열살 남짓일 무렵, 지금은 아파트가 들어선 저 아래 동네 단칸방에서 살 때는 뭔가 재밌는 인기 프로그램이라도 할라치면 동네 골목에 거의 비슷한 TV소리가 가득한 날도 있었다. 

골목과 공터에서 떠드는 소리가 방 안으로, 방 안의 TV소리가 골목으로 서로 넘치던 시절이었다. 

지금도 방음 안된 내 방에선 골목에서 벌어지는 소리가 고스란히 들린다. 그러나 이전만큼의 정감은 없다. 그러고 보니 옛날에는 골목을 지나다니는 사람들 방귀소리까지 들려서 갑자기 웃음보가 터진 적도 꽤 있었다. 그 방귀의 주인공도 아마 자기 방귀 때문에 저 집 사람들이 까르르 웃는 다는 걸 알고 있었을 게다. 


오늘도 야금야금 이사짐을 정리하느라 어머니 방에서 커튼을 정리했는데, 우리 가족이 이렇게 둘 밖에 남지 않았다는 게 쓸쓸했다. 아무래도 40년 넘게 산 동네를 떠난다니 마음이 적쟎이 쓸쓸한 모양이다. 어제 새벽에는 동생까지 꿈에 나왔다. 왠일로 녀석에게 2,000원을 용돈으로 주고 잠에서 깨어났다. 가끔씩 그렇게 동생 꿈을 꾼다. 그리고 왜 지금은 곁에 없는지 궁금해하다가 깨어난다. 동생 생각을 하면 어머니한테 잘해야겠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천국이 있을까? 그렇다면 지금 나는 참 부끄러운 삶을 살고 있다. 그 천국의 사람들이 여기의 나를 보지 못했으면 좋겠다. 아니면 정말 큰 이해심을 이미 배웠던가. 


사랑을 하는 것, 잘 사는 것 모두가 참 어렵게만 느껴지는 나날이다. 내일은 내 방 이사짐을 꾸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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