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말란 감독 작품에 대한 호불호는 접어두더라도 샤말란 감독 자체가 장르가 되어버린 것 같다. 그의 작품이라고 하면 그의 특유의 플롯이 어디에 도사리고 있을지 촉수를 세우게 된다. 종종 그 예감이 너무 뻔하게 들어맞아서 싱겁기 그지없었는데, 이번은 그 기대를 완전히 무시하는 방법으로, 그러니까 샤말란이란 장르의 관습을 뒤집으면서 ‘새롭다’는 착시를 만들어낸다. 어떤 평론가가 샤말란이 ‘최후의 카드’를 써버렸다는 투로 얘기한 것도 그런 게 아닐지. 하지만 이게 최후의 카드가 될지 새로운 스타일을 위한 산뜻한 출발이 될지는 잘 모르겠다. 기대된다.
해리성 인격장애가 실로 그런지는 잘 모르겠으나, 그걸 소재로 이렇게 진지한 구라를 만들어내는 것은 좋다. 그리고 폭력의 생존자 두 명의 이야기를 다루는 시선도 배려가 느껴져 좋다. 마지막에 속편 예고는 좀 뜨악하기는 했지만 그거야 감독의 낙관이라고 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