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수기 30장은 간결하다. 여자의 서원을 다루고 있다. 재밌는 것은 여자가 서원했다손치더라도 남자의 최종 승인을 거쳐야 한다는 점이다.
요즘 교리는 이걸 어떻게 해석할까? 구약 시대에 남녀의 질서(혹은 차별)을 강제한 율법이 신약 시대에 이르러 해체되고, 남녀가 평등한 시대에 들어갔다고 할까? 그러기엔 바울 서신을 근거로 남녀 차별을 강제하는 구습이 여전히 견고하다.
신의 대리인 개념은 어떤가? 이 장에서 여성은 신을 직접 접할 수 없다. 여성의 의사는 남자에 의해 해석되고 집행 여부를 승인받아야 하는 존재다. 심지어는 여성의 문제에 대해서는 신이 남자보다 권한이 적은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마치 신은 남자에게 여자를 치외법권으로 허락한 듯 하다.
엄격한 제례를 강조한 29장 뒤에 이렇게 남자들의 권한을 (한편으론 여성의 의무를) 강조한 장을 놓은 이유는 뭘까? 이 종교를 유지하기 위한 숨통으로 '여성'을 마련해놓은 듯한 인상이다.
이걸 그대로 오늘의 신자들에게 가르칠지 새로운 해석(이라고 썼지만 아무래도 변명이 필요한 듯)을 덧붙일지, 교회는 어떻게 얘기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