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으로 바꾼 덕에 틈틈이 책을 읽게 되긴 했는데, 영 리뷰를 쓸 짬이 안 난다.
다 사라져버리기 전에 박박 긁어보자. 뭐가 남았는지.
아픈 몸을 비정상으로 규정한 시선을 꼬집는다. 어서 쾌차 하셔야죠. 라는 덕담조차 ‘아픈 너’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태도, 아픈 너로 인해 생긴 공백에 대한 지적을 담고 있다는 얘기다. 심지어 병든 몸은 윤리의 문제로 치환된다. 게으르거나 절제하지 못했거나 신경이 예민했기에 병에 든 것이라는 낙인이 생긴다. 저자는 이런 인식을 거부한다. 우리는 다 죽음으로 가는 내리막에서 가까스로 발끝에 힘주고 서 있는 자들 아니냐. 병과 죽음은 모든 인간이 언젠가는 맞닥뜨릴 운명이다는 사실을 애써 부인하면서 우리가 얻는 것은 홀로그램처럼 한쪽 면만 담긴 인생의 허상이라는 얘기다.
저자는 질환과 질병을 구분한다. 세상과 의사는 의학적인 증상과 처방의 함수 다발인 질환만을 이야기한다. 그 질환을 앓는 환자의 몸은 그 담론에서 배제된다. 정작 질병을 앓는, 그로 인해 소멸로 향하는 환자의 상실에 대한 것은 이야기할 여지가 사라진다. 저자에게 이야기, 서사는 삶을 완전히 이해하고 복원할 수 있는 열쇠다. 병든 몸은 병든 몸으로 건강한 몸은 그대로.
디펙 쵸프라 팬인 나로서는 병과 삶의 인과관계를 싹뚝 끊어낸 저자의 단호함이 영 낯설고, 환우가 자신의 삶을 복원하는 처방이 ‘이야기하기’ ‘듣기’로 수렴되는 대목에서는 관계의 피상만을 건드린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러나 ‘건강=정상’ ‘질병=비정상’이라는 이분법을 거부하겠다는 선언 만큼은 신선하다. 이미 격리와 배제에 대한 푸코의 진단이 있지만, 여전히 생살을 도려내는 줄도 모르고 타인을 만들어내는 시대에 적절한 화두를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