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단일 작품이 아니라 작가를 꼽으라면 주저 없이 꼽는 드라마 작가, 박경수. <추적자>에서 매료되어 <황금의 제국> <펀치>까지 어느 작품이든 플로팅의 정수를 보여준다. 그 기묘한 재주를 공허하게 만들지 않는 것은 대사에 담긴 사람 살이에 대한 통찰이다.
<추적자>에서는 세 인물이 중심이다. 대통령이야 고작 집정관이고 그 위에 원로원 있고, 그 위에 황제인 자신이 있다는 한오그룹의 오너와 그의 사위, 이발소 집 아들로 태어나 제왕을 꿈꾸는 대선주자와 그리고 대선 가도를 달리는 수레 앞을 막아선 사마귀로 표현되는 억울한 아버지가 등장한다.
시리즈가 끝나고 나면 과연 누가 '추적자'인지 모르겠다. 권력과 재물을 쫓다 자식들을 불행하게 만들고, 결국 혼자 남은 서 회장일 수도 있고, 왕좌를 거머쥐기 위해 살인도 마다않는 대선주자일 수도 있고, 딸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법 앞에 총을 겨눈 아버지일 수도 있겠다. 뿐인가 여기 등장하는 인물 모두가 각각의 욕망을 위해 열심히 달린다. 그래서 어떤 인물도 미워할 수가 없다. 모두 가련하다.
박경수 작가의 탁월함은 그 지점인 듯 싶다. 모두 가련하지만 그래도 정의의 저울을 바로 세울 줄 아는 것. 서 회장이 얘기했듯이 세상에 한오 그룹 손가락질 하지 않는 놈이 없지만, 정작 지 자식이 한오그룹에 들어갔다고 하면 자랑질이 그치지 않는, 그 혼탁한 욕망과 윤리의 접점을 세밀하게 그려내고 그 사이에서 정의의 지점을 가려낸다는 것.
때로는 나레이션 하는 것처럼 설교조의 대사들이 있지만 그럼에도 고개를 주억거리게 하는 것은 그 대사들이 건드리는 우리 사회의 민낯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인물의 욕망에 잘 녹아들기 때문일 게다. 원래 대본집을 잘 읽지는 않는데 두고두고 읽고 싶게 만드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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