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총회 때 회원들께 노인과 바다 한 대목을 들려주면서 시작했다. 노인이 입질이 오지 않을 때, 상어와 힘겹게 씨름하며 며칠을 보낼 때, 끝내 상어를 잡았을 때 입버릇 처럼 하는 얘기가 있다고. '그 아이가 여기 있었더라면.' 노인처럼 땡땡은대학이 잘 될 때, 힘들 때 함께 하고 싶은 분들이 여러분이었다고.
18피트나 되는 상어를 잡은 후에 항구로 돌아오면서 다른 약탈자 상어들과 싸움을 벌이는 장면에서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업을 따는 게 상어를 잡는 거라면, 사업을 잘 치뤄내는 건 항구로 돌아오는 길이 아닐까. 이 얘길 아내에게 했더니 '항구에 잘 온 줄 알았더니, 뼈만 남은 경우도 있지'란다. 흠, 역시 나보다 고수셔.
노인은 상어의 살점이 떨어져 나갈 때마다 후회한다. 너무 멀리 나온 것이 자신의 운을 갉아 먹었다고. 그러나 어찌 알 수 있을까? 너무 멀리 왔는지, 더 멀리 가야할지.
상어 뼈만 남긴 채 항구로 돌아온 노인은 다섯 번을 쓰려져 뒹굴고서야 오두막에 들어간다. 돛을 매고 쓰러지는 모습이 흡사 골고다를 걷는 예수 같았다. 이전에는 예수에게서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면, 요즘은 사람들 모습에서 십자가 진 예수가 보인다.
이번에 읽고 새로웠던 건 빈손으로 돌아온 노인을 환대하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전혀 패배자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의 고깃덩이 소모재가 세상에 둘도 없는 예술작품이 된 순간, 노인의 인생이 헤밍웨이의 작품이 예술이 되었다.아이만 노인이 예술가라는 걸 알고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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