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보내주신 책 <밥 하는 시간> 잘 읽었습니다. 지하철로 오고가는 짬짬이 읽으면서 많은 위로가 되었습니다. '최대혁 님께. 지금, 여기 일상의 힘으로!'라고 첫 장에 적어주셨지요. 반가웠습니다. 일상에서 의미를 찾지 않으면 이 삶의 넌센스를, 나이를 먹을수록 참 견디기 어렵겠다 생각하던 참이었거든요. 이 책을 덮은 지금도 내 일상은 여전히 맥을 못추고 그때 그때의 바람에 몸을 누입니다. 그래도 좋았습니다. 일상에 발딛고 사는 이의 글, 오감을 열고 지금 나를 관통하는 삶을 충분히 느끼는 이의 글은 어떤지 충분히 보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책에 몇 장의 사진이 있지만, 책을 읽으며 호기심이 이는 것들에 대한 사진은 볼 수가 없더군요. 경주 남산 마을 첫인상에 선생님의 마음을 끈 100년 집의 처음 모습도. 6년이라 하셨나요? 긴 시간 정성들여 바꿔나간 모습도, 2년을 머릿속에서 궁리하다가 지은 별채도, 유독 힘주어 바꾸셨던 주방도, 안을 지키고 밖을 품던 야트막한 담장도, 선생님을 농부로 가꾼 밭도, 솔갈비를 넉넉히 주던 뒷산도, 나비가 날면 넋을 놓는다는 하늘이도. 보고싶었는데 사진이 없어 아쉬웠습니다. 아마 빛이 남긴 한 순간의 환영으로는 그 본질을 오롯이 전하기 어렵겠다는 뜻이었겠죠? 사진 보기를 포기하고 나니 더 맘 깊숙히 선생님 사시는 일상이 느껴지는 듯 했습니다. 언젠가 가서 뵙는다면 그게 옳을 듯 합니다. 사진이 우리를 속이는 일이 너무나 많잖아요.
책에는 상주로 이사하신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더군요. 어머니 품 같았던 그 집을 떠나실 때 얼마나 외로우셨을까요? 아니면 그 집에 미안하셨을까요? 어쩌면 그 집에 배신감을 느끼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서울 오시면 꼭 연락주세요. 선생님 모시고 수업을 열었던 것이 2년 전인가요? 그때처럼 수업을 해주셔도 너무 좋겠습니다. 선생님 상주에서의 일상도 잘 다독여나가시리라 기대합니다. 선생님 책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도 '지금, 일상의 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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